오피니언 사설

일본 내부에서 나오는 양심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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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다중에 맞서 혼자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양심과 용기 없이는 힘든 일이다. 학생들에게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가르치기로 한 일본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한 일본 교수의 예에서 우리는 일본 지성계의 살아있는 양식을 확인한다.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에서 동아시아 근대사를 강의하는 기미지마 가즈히코(君島和彦) 교수. 그는 7월 24일자 아사히(朝日)신문 기고문에서 중학교 사회과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을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를 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해 놓고, 한국에 ‘어른스러운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했다.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뒷받침하는 역사적·국제법적 자료는 숱하게 많다. 학자적 양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다른 주장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철저한 사적(史跡) 검증 끝에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 시마네대 명예교수가 1905년 2월 일본 각의 결의에 따른 ‘무주지(無主地) 선점론’을 일 정부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해온 것은 잘못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미지마 교수도 나이토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양심적인 학자가 있고, 양심의 목소리에 지면을 내주는 용기있는 언론이 있음은 일본의 저력이다. 문제는 정치인과 고위관료 등 국가 운영의 주체가 얼마나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는 점이다. 진작 그랬더라면 주변국들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준 군국주의적 침략전쟁의 과오도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일 정부는 주변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말하기 전에 안에서 들리는 양심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