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상징하는 공화당에 통렬한 공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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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07면

2004년 전 세계 시청자를 열광시키며 화려하게 등장한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방송윤리위원회의 검열 없이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 대답이 바로 HBO와 함께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쇼타임에서 만든 ‘위즈(Weeds)’다.

문은실의 미드열전 <27> 위즈

사시사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교외 마을 어그레스틱에 사는 가정주부 낸시 바트윈은 어느 날 남편이 조깅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후 몇 푼 되지도 않는 유산으로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낸시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마리화나를 파는 것이었다. 어찌 됐든 미국 중산층의 뭉게구름 같은 행복 이면에는 붕어빵을 찍어 내듯 단조로운 삶을 이어 나가는 여피들의 권태가 존재하고, 그들은 담배보다 더 친근하게 마리화나를 피워 대며 그 권태를 잊고 사니까.

‘위즈’는 블랙 코미디를 빌려 사회를 풍자하려는 곡예를 선보이긴 하되 ‘위기의 주부들’과는 또 다른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등장인물들은 현재 미국 중산층이 경험하고 있는 삶의 질을 풍자하기도 하지만 부시 행정부로 대표되는 공화당 보수주의자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서민층뿐만 아니라 안정적이었던 중산층마저 흔들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 아래의 현실을 이 드라마는 짓궂은 방식으로 질타하는 것이다. ‘위기의 주부들’의 열렬한 팬임을 자임한다는 미국 영부인 로라 부시는 ‘자매’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위즈’에 심히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위기의 주부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닮지 않은 드라마 ‘위즈’는 시즌 4가 진행 중인 현재 무려 시즌 6까지를 한꺼번에 연장 계약하면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 덕에 국내 시청자들도 주인공 메리 루이스 파커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서커스를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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