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비리 공기업 21곳 104명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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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에 근무하는 5급 직원 하모(35·구속)씨는 지난 5년 동안 공단이 관리하는 산재보상금과 경매배당금에서 15억1000만원을 빼돌렸다. 하씨는 2003년 3월부터 산재보상금 구상금과 법원 경매로 회수한 체당금(국가가 대신 지급한 도산업체 체불임금)을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공단에는 ‘업체에 경매할 부동산이 없어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허위로 보고했다. 하씨는 공단 내부감사에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그는 횡령한 15억원 중 6억원을 주식투자로 날렸다. 이를 만회하려 주말마다 경마와 경륜에 2억~3억원씩 썼다. 그는 로또복권도 한 번에 1000만원어치씩 사들이며 1억원을 썼다. 그는 감사원에 적발된 5월 19일까지 횡령자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한다.

도로공사 1급인 이모(51·구속) 실장은 2006년 2월 경남지사 근무 당시 부하직원인 구모(46·구속) 과장과 함께 태국으로 2박3일간 1080만원 상당의 ‘성매매’ 접대여행을 다녀왔다. 무면허 업자에게 1억원 상당의 철거·폐기물 공사를 맡기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태국에서 낮에는 태국 최고급 골프장인 타이CC에서 골프를 치고 밤에는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거나 성매매 업소를 찾았다고 한다. 이 실장은 공사 발주와 관련해 다른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4월부터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비리를 수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21개 기관에서 37명을 구속기소하고 6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공기업 비리의 특징으로 ▶공기업 임직원의 재량권은 과다하나 ▶내부 감사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일부 공기업 노조의 비리도 심각하다고 꼽았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의 경우 전산장비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노조위원장 두 명이 2억여원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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