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은 치료보다 관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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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에 만성질환이 급증,만성병을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유병률이 전국민의 30%에 육박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본지 3월9일자 보도)를 발표했다.이 조사는 의사의 진단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라는 점과 만성병대상환자에 어린이까지 포함시켰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남아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역설적인 이야기 같지만 현대의학의 발달과 만성병 유병률은 비례해 상승한다.즉 영양상태 개선과 각종 치료법 개발 등으로 과거에는 못고치던 많은 질병을 고칠 수 있게 된 결과 만성병환자가 늘어난다.결국 만성질환의 증가는 평균수명 증가 와 완치병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는 아직도 불량한 영양상태와 현대의학 혜택의 손길이 못미치는 국가에선 만성병 비율이 미미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면 만성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발병원인중 노화의 개념이강한 고혈압.관절염.당뇨 등 만성병 치료를 위한 첫 단계는 단기간의 치료를 통한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질병을 「조절 혹은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즉 환자나 가족은 병에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병과 더불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만성병 대책을 알아본다.
◇소화성 궤양및 만성 위염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만성병으로 보고된 병이다.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宋仁誠)교수는 『검사소견상 만성위염이라는 말을 듣고 무작정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만성위염은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오는 일종의 위장 「노화」현상이므로 치료가 필요 없음은 물론 소화불량 증상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宋교수는 『위.십이지장궤양도 이전에는 몇달씩 치료했으나현재 6주간 적절한 약물투여로 1백% 치료가 가능한데다 최근 궤양의 주범으로 밝혀진 헬리코박터라는 세균도 박멸이 가능해 재발도 거의 없으므로 이제는 궤양을 만성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고혈압 심혈관 질환.뇌졸중.신장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만성병이 고혈압이다.유병률은 성인 5명중 1명정도.미국고혈압학회는 전국민의 평균혈압 감소가 사망률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밝 힌바 있다.그만큼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상시에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세대의대 서일(徐一.예방의학과)교수는 『고혈압은 우리나라 만성질환중 가장 심각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질병』이라고 설명하고 『짠 음식 먹지 않기.정상체중 유지하기.규칙적 운동하기 등 1차 예방과 심한 경우 규 칙적으로 약을 복용,반드시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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