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 금강산 문제 조치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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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를 앞둔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깜짝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주말인 26일 지방의 군 휴양시설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30일까지 4박5일 일정이다. 두 딸의 가족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고민 속에 결정됐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독도 영유권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내가 한가하게 휴가를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 대통령은 “내가 휴가를 가야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지 않겠느냐. 국내로 휴가를 많이 가면 내수도 진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 구상과 관련해선 “쉬면서, 책도 읽고, 잠도 자면서 (여러)생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가족들의 근황 등 가벼운 주제로 기자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최근 외아들 시형씨가 사돈 회사인 한국타이어에 인턴 직원으로 입사한 것에 대해선 “거기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 보냈다. 어디를 보내도 문제가 될 것 같아서…”라고 조크를 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개혁 후퇴 논란 등 다소 무거운 주제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이 대통령의 목소리는 강해졌다.

-휴가 중에 금강산 문제 등 민감한 문제가 풀릴 수 있겠나.

“그렇게 싹 풀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시간이 좀 걸려도 적당히 얼버무리는 식보다는 원칙에 맞도록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금강산 문제는.

“금강산 문제 (진상조사)는 북한이 받아들여야 한다. 관광객이 무장을 한 것도 아니고…. 뒤에서 경고 없이 쐈는데 남북 문제를 떠나 국가 간 통상적인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북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정부 대 정부로 당사국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는데 마냥 압박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남북 문제는) 결과적으로 잘되지 않겠나. ‘통미봉남(通美封南·북한이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과만 대화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북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한·미,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으니까.”

이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언론에 어떻게 나든 정부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을 먹더라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가 경쟁력을 배양해 놓아야 한다. 이해 당사자 간 마찰이 있어도 차근차근 해놓아야 한다”며 공기업 개혁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다시 전면에서 국정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방한,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참석 등의 외교 일정을 계기로 자연스레 국민에게 다가설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직원 350여 명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평전 한 권씩을 선물했다. 처칠 전 총리의 외손녀 실리아 샌디스가 쓴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란 책이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극심한 경제 불황, 이념 갈등 속에 영국민에게 희망을 준 처칠의 리더십을 담은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책을 선물하면서 “다들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힘내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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