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그녀, 오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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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멀린 오티(48·슬로베니아·사진)의 꿈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오티는 22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육상선수권 여자 100m 결승에서 11초60을 기록,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 A기준기록(11초32)에 0.28초 모자라 8번째 올림픽 출전은 좌절됐다.

올림픽 금메달은 오티 평생의 소원이었다. 7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9개의 메달을 따 냈지만, 금빛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에겐 ‘만년 2인자’ ‘비운의 흑진주’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오티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자메이카 대표로 처음 출전, 여자 2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 이후 28년간 올림픽에 개근 출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자메이카 대표로 뛰는 동안 100m, 200m와 400m 릴레이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조국의 품에 안겼다. 시드니 올림픽 100m에서는 당초 4위였으나 뒤늦게 금메달리스트인 매리언 존스(미국)의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3위로 승격, 9번째 메달인 동메달을 차지했다.

42세였던 2002년 오티는 선수층이 두꺼운 자메이카에서 푸대접을 받자 슬로베니아로 귀화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슬로베니아 대표로 출전했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올림픽 최초의 ‘8회 연속 출전’ 꿈은 무산됐지만 오티는 육상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 그의 코치인 스르디안 조르데비치는 “지금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훈련만 계속한다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올림픽 7회 출전 기록은 물론 그의 세계선수권 성적(금3, 은4, 동7)도 당분간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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