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물가는 뛰고 불황은 계속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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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물가가 갈수록 심상찮다. 연초 원자재를 중심으로 들썩거리기 시작한 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41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배럴당 32달러를 웃돌면서 물가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 1~3월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3.3% 올랐다. 벌써 물가 억제 목표(3%)를 넘었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 오름세는 더 심각하다. "장 보러 가기 겁난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총선 때문에 미뤄졌던 버스.지하철.택시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밀가루.라면.음료 등 생활필수품과 농산물 가격도 속속 오르고 있다. 고유가의 여파로 석유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는 각종 개인서비스 인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과 개발 계획을 쏟아낸 데다 주춤하던 부동산 값이 다시 들먹이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도 물가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 경기회복 전망은 불투명한데 물가는 급등하고 있어 이러다간 스태그플레이션(성장은 낮은데 물가는 뛰는 현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물가상승은 특히 서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실업난과 불황, 신용불량 등으로 가계수입이 줄어 가뜩이나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판에 물가마저 이처럼 급등하면 서민들은 설 땅이 없다.

물론 정부로서는 경기를 고려할 때 치유법이 쉽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물가안정에 최우선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매점매석을 단속하고, 수급을 원활하게 하며 공공요금 인상은 가능한 한 억제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물가는 사회갈등으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실질적 수입 감소는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민생 안정이라면, 그 첫걸음은 물가 안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