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쳐 피곤한 수험생들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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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이예슬(서울 세현고 3년)양은 요즘 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더위에 체력도 많이 떨어진데다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 보니 온종일 졸음이 쏟아진다. 같은 반 친구 왕선영양도 마찬가지.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서울 수면센터 스페셜클리닉 한진규(38) 원장을 찾았다.


  “똑바로 못자고 옆으로 자는군요. 다리가 많이 불편하죠?” 한 원장이 족집게처럼 증상을 짚어내자 예슬·선영양이 “어떻게 아셨느냐”며 감탄한다. 한 원장은 상담을 통해 두 학생의 취침 스타일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내렸다.

종달새형 예슬= 이양은 자정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 30분쯤 일어난다.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서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한 원장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잠을 줄여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 먹고 배설하는 생리작용을 억지로 조절하면 탈이 나듯 잠도 마찬가지다. “나폴레옹은 하루 5시간만 자지 않았느냐”고 이양이 물었다. 한 원장은 “아이슈타인이 10시간 잔 건 아세요?”라고 반문하면서 자신의 적정한 수면시간을 파악, 그 시간 만큼은 푹 자야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많이 자도 피곤하고 졸려요. 개운함을 느끼려면 어떻게 자야하나요?” 이양의 질문에 한 원장은 똑바로 누워서 코로 숨 쉬면서 자야한다고 답했다. 그는 호흡·심장·다리를 숙면의 3요소로 꼽았다. “호흡이 고르고 심장이 제대로 뛰어야 하며 다리가 편안해야 합니다. 몸부림이 심하거나 코를 골고 이를 가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에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쉬면서 자야 턱선이 살아나 얼굴도 예뻐집니다.”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고 잔다거나 다리를 차가운 곳에 대려고 하는 것은 철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철분제를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올빼미형 선영=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7시에 힘겹게 눈을 뜨는 왕양은 아침 자율학습시간을 제일 싫어한다. 수능을 앞두고 습관을 바꾸려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한 원장은 올빼미형에게 방학이야말로 수면리듬을 바꿀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처음 며칠은 일어나서 30분 동안은 무조건 햇빛을 봐야합니다. 그 다음 며칠은 30분 일찍 자고 오전6시 30분에 일어나 또 30분 동안 햇빛을 보세요.” 이런 식으로 30분씩 점진적으로 기상시간을 당기면 여름방학 내에 효과적인 수면습관을 갖게 된단다. 또 취침 2~3시간 전에는 백열등 같이 어두운 간접조명을 이용해보라고 권유했다. 대신 아침에는 알람시계 따위의 청각적 장치보다는 햇빛이나 조명같은 시각적 장치를 이용해 기상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한다.
  자기 전에 인터넷을 한다든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금물. 대신 학교에서 돌아와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면 다리의 피로가 풀려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단, 족욕 직후에는 체온이 올라가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2시간쯤 지난 후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한 원장이 알려준 수면에 관한 진실
  수면은 크게 20~25%의 꿈꾸는 수면과 75~80%의 꿈 안 꾸는 수면으로 나뉜다. 꿈 안 꾸는 수면은 다시 얕게 잠드는 1~2단계와 심장과 뇌파가 휴식을 취하는 3~4단계로 구분된다. 한 원장은 “3~4단계의 숙면은 체력 및 정신을 재충전하는 원동력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험생에게는 꿈꾸는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꿈을 꾸는 동안 기억하기 때문이란다. 중·장기 기억을 필요로 하는 수험생은 꿈을 꾸면서 낮에 공부한 것을 뇌 깊숙한 곳에 저장해야 시험을 치르는데 도움이 된다.

숙면을 위하여… 

■ 아침: 해를 보고 뇌를 깨워라. 커피의 각성효과는 10시간 정도 지속되므로 식사 후 오전에 마시도록 한다.
■ 오후: 밝은 곳에서 공부해라. 수리를 공부할 때는 화이트나 블루계열의 조명을 써라. 좌뇌의 움직임을 촉진한다. 언어를 공부할 때는 감성을 관장하는 우뇌에 좋은 옐로나 오렌지 계열의 조명이 바람직하다.
■ 저녁: 해질 무렵에 간단한 운동이나 산책을 하라.
■ 밤: 백열등과 같은 간접조명으로 수면을 유도하라.
 
●● 건강 수면은 이렇게

① 찬물샤워를 하지 말 것.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유지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② 에어컨은 영상 24~25℃를 유지하고, 선풍기를 틀고 잘 때는 간접적으로 바람을 쐬는 것이 좋다.
③ 차가운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잠을 방해하므로 가급적 피할 것.
④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를 삼가고 야채와 과일·우유 등 숙면을 돕는음식을 취해라.
⑤ 잠이 오지 않거나 다리가 불편할 땐 칼로리가 낮고 철분이 많이 함유된 양념이 안 된 김이 좋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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