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평화 흔드는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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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사건으로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중동(中東)평화구도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사건을 일으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달 25일에도 예루살렘에서 두차례 자살폭탄테러를 감행,1백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이스라엘정부는 하마스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한편,5월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최종지위에 관한 협상을 연기한다고 밝혔다.요르단강 서안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철수도 재고한다는 방침이다.최악의 경우 지난 93년 9월 체결된 이스라 엘-팔레스타인평화협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 폭탄테러때 페레스총리는 평화협상은 계속 추진해나간다는 굳은 결의를 보였다.그러나 이번에는 테러행위 근절없이는 평화협상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페레스총리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자신의 국내정치적 입지(立地)와 관계가 있 다.오는 5월총선을 앞두고 야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지금으로선 특히 강경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평화협상 자체를 포기하거나 연기해선 안된다.그것이야말로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과격세력과 이스라엘 국내에서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세력이 원하는 것이다.이스라엘은 평화협상에 대한 적극적 입장을 다시 확인함으로써중동평화에 대한 굳은 의지와 신념을 과시해야 한다.평화에 대한굳은 의지야말로 과격테러집단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측에도 당부한다.지난 49년 이스라엘 건국후 쌍방간엔 해방과 영토수호를 명분으로 수많은 살상행위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증오가 증오를 낳고,피가 피를 부르는 유혈속에서 국토만 황폐됐을 뿐이다.이제는 무기 를 버려야 한다.그리고 어렵게 싹틔운 평화를 키워나가야 한다.폭력으론 해결이 될 수 없다.새로운 문제를 만들 뿐이다.폭력과 증오의 땅중동에 아랍과 이스라엘이 분쟁 아닌 공존(共存)의 길을 찾게 되기를 세계는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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