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적성찾아 獸醫科 편입한 서울法大 졸업생 장민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그 좋다는 서울대 법대지만 다녀보니 제겐 적성에 맞지 않는분야였어요.이제 뒤늦게나마 나의 길을 찾게돼 기쁩니다.』 대학입시생과 학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인 서울대 법대를 94년2월 졸업한뒤 2일 서울대 농대수의학과 2학년에 학사편입,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한 장민기(張珉箕.34.경기도의왕시내선동)씨.
張씨는 『입학한뒤 한동안은 한국 최고의 학부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 선택을 잘못했다는 후회가 깊어졌다』며 『시골에 살때 송아지 고삐끌며 키웠던 수의사의 꿈을 못잊어 늦었지만 다시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張씨는 특히 졸업후 남들처럼 사법시험 준비를 했으나 사람을 단죄하는 법률가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가 생기며 법률공부에 흥미를 잃게됐다고 털어놓았다.
충남서산 출신인 張씨는 서령고3학년 재학중인 80년 어머니가식당을 열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끼니조차 잇기 어려워지자 학교를중퇴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그해 8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대학 진학은 엄두조차 못내고 아침이면 월부책 장사,밤이면 유흥업소 웨이터로 돈벌이에 나섰다.과로와 영양실조로 81년엔 결핵3기 판정을 받는등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기까지 했다.
그래도 대학의 꿈을 버리지 못해 틈틈이 공부하며 매년 응시한끝에 87년 세칭 수재들의 집합처라는 서울대 법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張씨는 『당시 서울대 법대를 지망한 것은 최고학부라는매력에다 지역유지가 주는 향토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남동생 3명등 가족들을 위해 옷장사를 하러 부산으로 떠나면서 휴학을 일삼던 張씨는 이에 따라 입학 7년만인 94년2월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시공부를 해오던 張씨는 95년 여름 문과출신이더라도 이과에 편입할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돼 평소공부하고 싶었던 수의학과를 다시 다니기로 결심했다.
한편 서울대 학사편입결과 張씨외에도 이병창(33)씨가 동양화과,이상영(39)씨는 수학과,허진영(26.여)씨는 심리학과,안지선(27.여)씨는 음대작곡이론과로 각각 전공을 바꾸는등 5명의 법대 졸업생이 적성을 찾아 진로를 바꿨다.
또 의대를 졸업한 박종헌(朴鍾憲.25)씨는 사회학과로 학사편입하는등 세칭 인기학과에서 적성을 찾아 비인기학과로 옮긴 사례가 많았다.
이재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