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외면 공공이용 문제-국민연금 위헌시비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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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직장인등 7백50만명이 노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붓고 있는국민연금의 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공공자금에 예탁하는 것이옳은지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재정경제원과 경제성장주의자들은 연금의 수익률을 높게 유지해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국가기간산업등에 대한투자를 강조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연금 가입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금의 상당액을 시중금리보다 훨씬 싼 이자로 마구 끌어다 쓰다 마침내 법의심판대에 오른 것이다.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전체 기금운용액 15조9천억원의 65.4%인 10조4천억원을 공공자금으로 사용했다.
정부는 이 돈을 국.공채 인수와 재정투융자 특별회계 재예탁을통한 사회간접자본 건설등에 썼다.
나머지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금융시장에서 굴렸거나 양로원.탁아소 건립등 복지부문에 저리로 융자했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이자율은 11%대로 금융부문의 13%대보다낮았다. 따라서 연금기금을 시장원리에 따라 굴렸다면 기금의 규모는 지난해만도 무려 1천5백억원이나 더 커질 수 있었다.
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의 공공부문 투자는 93년까지 35%내외에 그쳤으나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정(93년)이후 94년부터 70%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국내 연금은 혜택에 비해 보험료가 훨씬 낮은 기형이다.
이때문에 20년 보험료를 낸 가입자가 나타나는 2008년부터대대적 노령연금 지급이 이뤄지면 2033년이 돼 바닥이 날 전망이다. 또 다른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후세대의 부담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금수익률을 1% 높이면 연금재정의 적자를 3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어 공공부문의 운용수익률을 일반 금융부문 정도로 높이면 재정적자 시기를 크게 연장시킬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용하(金龍夏) 박사는 『기금이 국가재정특별회계에 쓰인다 하더라도 수익성까지 희생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복지부문융자 수익률을 보전하거나 공공부문 전용 비율을 줄이는 방안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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