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씨 AK-74 소총에 피격 추정 … 북한 초병 발사거리는 판정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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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조사단(황부기 단장)은 16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의 부검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박씨가 북한군의 대표적 개인 화기인 AK-74 소총(88식 보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은 “(총알이 시신에 들어가는) 사입구가 0.5㎝가량인 점으로 볼 때 실탄의 크기는 5.5㎜ 정도로 추정된다”며 “북한군의 개인 화기 중 구경이 5.45㎜인 AK-74에 의해 피격당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반은 박씨가 피격당한 거리와 박씨가 맞은 총알 두 발의 선후 관계에 대해선 단정적 발표를 피했다. 박씨 부검을 집도한 국과수 서중석 법의학 부장은 “부검 결과 등 뒤에서 가슴으로 한 발의 총창이, 엉덩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다른 한 발이 관통한 총창이 확인됐다”며 “사거리는 내부 장기 손상 등을 종합할 때 원사(遠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원사는 장총의 경우 사거리가 1∼2m 이상을 가리키는 전문용어다. 서 부장은 “현장 확인 없이 더 자세히 발사 거리를 판정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유효사격거리 이내의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 부장은 또 “두 발의 총탄이 지나간 부위를 연결하면 지면과 거의 평형을 이룬다”며 “하지만 총창 부위와 방향만으로는 피격 당시 박씨의 상황이나 총알의 선후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채병건 기자

◇AK-74 소총=1974년 소련이 개발한 소총. 유효사거리 550m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사용됐다. 북한은 이를 도입한 뒤 자체 제작해 88식 보총으로 이름 붙여 주력 개인 화기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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