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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한국 캐릭터 산업 <중> “전세계 10~20대 여성이 타깃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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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뿌까 아빠’인 부즈의 김부경 사장은 “끌림이 있는 캐릭터라면 세계 시장에서 반드시 통한다”고 말한다. [사진=김형수 기자]

 # 장면1. 패스트푸드 매장의 어린이용 세트가 아이들을 유혹한다. 주로 미국의 디즈니·픽사, 드림웍스가 제작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장난감으로 들어있다. 하지만 유럽과 남미에선 그 장난감 주인공이 조금 다르다.

# 장면2. 미국의 스누피와 일본의 포켓몬이 비행기 겉면에 커다랗게 그려진 모습이 신문의 해외토픽 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베네룩스 마틴에어 항공기를 감싼 주인공 역시 그들과 조금 다르다.

두 장면의 주인공은 뿌까와 가루. 부즈라는 국내 업체가 2000년 만들어낸 캐릭터다. 무술연마에 여념 없는 수줍은 소년과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쫓아가 사랑의 키스를 퍼붓는 왈가닥 소녀. 이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2003년 유럽과 중국, 2006년 남미, 그리고 올해 2월 북미에 진출한 여덟 살 뿌까는 현재 150여개국에서 3000여종의 제품이 팔리며 여든 살 미키 마우스와 서른넷 헬로 키티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매출액은 약 2500억원, 로열티로만 87억5000만원을 거둬들였다. “이제 국내에서도 뿌까를 알리고 싶다”는 부즈의 김부경(36)사장을 만났다. 금의환향의 미소가 가득했다.

-중국소녀와 닌자소년이라는 설정이 동양적 신비감과 맞물려 성공한 듯 하다.

“그렇게 많이들 생각하지만, 아니다. 이들의 국적은 없다. 당초 설정은 뿌까의 경우 한국 음식 자장면을 좋아하는 중국 음식점의 외동딸, 가루는 무술 수련하는 무사다. 여기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즐기는 분들이 생각하는 대로다. 열려있는 것이다.”

-어떻게 만들었나.

“여성을 위한 대중적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또 헬로 키티처럼 바로 상품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소비력이 있는 10~20대 젊은 여성을 노렸다. 이들이 뭘 좋아할까 생각했다. 러브 스토리였다. 여기에 남녀의 전통적 역할을 바꿔 퍼니(funny)라는 컨셉트를 추가했다.”

-인터넷 붐의 최고 수혜자 아닌가.

“맞다. 하지만 인터넷은 수단이었다. 마침 인터넷 붐이 일었고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주요 홍보수단이 됐다. 그렇게 만든 ‘e-카드’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디자인만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오리지널 캐릭터 모델이다. 첫 작품부터 대박인데.

“아니다. 첫 작품은 토끼와 거북이에서 딴 ‘도리와 부기’였다. 한 회사와 웹진 형태의 인터넷 연재를 계약했으나 잘못돼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 캐릭터를 변형해 신작 ‘묘&가’를 시작했다.”

-그 뒤론 죽 잘나갔나.

“상품 제작사들을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사람 캐릭터는 안 된다, 빨강과 검정이 너무 강렬하다 등. 당시 시장은 일본 캐릭터를 수입하거나 베끼거나 하는 정도였다. 한국 캐릭터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아직 부족한 시절이었다. 한국 시장은 아직도 너무 작다.”

-그래서 해외를 노렸나. 어떤 전략을 구사했나.

“하나다. 캐릭터가 좋으면 팔린다는 믿음과 자신감. 영향력있는 바이어가 오는 쇼에는 꼭 나가서 알렸다. 그러면 콘텐트가 스스로 마케팅한다.”

-해외 파트너가 좋다.

“유럽의 경우 제틱스는 디즈니 계열사다. 뿌까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자회사인 브에나비스타가 전세계 배급권을 갖고 있고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 중이다. 제작비의 90% 이상을 투자받았지만 수익 배분은 50대 50이다. 중국의 경우 불법복제 때문에 고민했다. 제조와 유통, 매장을 함께 갖춘 두나이스와 손잡은 것도 그때문이다. 매장에 없으면 불법이라는 개념이다.”

-차별화 전략은.

“고급스러움이다. 다른 캐릭터 상품보다 비싼 편이다. 그 덕분에 베네통과 계약했다. 올 가을겨울 패션부터 뿌까 패션을 전세계 베네통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하나.

“품질 관리는 캐릭터의 수명이다. 매년 디자인을 바꾼다. 우리 직원 중 절반이 디자이너다. 또 상품화 지침서인 스타일 가이드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보낸다.”

-국내 전략은.

“지난 3월 대구에 실내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곧 서울 등 전국에서 문을 연다. 뿌까 패션 숍, 프랜차이즈 중식당 등도 곧 시작한다. ”

-목표가 있다면.

“‘미키 마우스의 고향 미국’ ‘헬로 키티의 나라 일본’하듯 ‘뿌까가 만들어진 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글=정형모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부즈=1999년 김부경 사장이 설립한 캐릭터 기획사. 영남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홍익대에서 광고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한 동생 김유경(35)씨를 “부사장으로 스카웃했다”고 말했다. 두 명의 젊은이로 시작한 부즈는 이제 직원이 60명으로 늘어났다. 뿌까는 대한민국 캐릭터대상을 3회 수상했다. 뿌까라는 이름은 게걸스럽게 자장면 먹는 소리에서, 가루는 밀가루에서 따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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