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최초 주민이었던 아버지의 비석 독도에 세우고 싶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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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민 제1호인 고(故) 최종덕(1987년 작고)씨의 딸 최경숙(44)씨가 15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다. 최씨의 부친은 1965년 독도에 입도, 작은 토담집을 짓고 수산물을 채취하며 생활하다 1981년 한국인 최초로 주소지를 독도로 옮긴 ‘주민 1호’다. 최씨의 딸 한별(18)양도 독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주민등록상 출생지가 독도로 공인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독도 최초 주민인 고 최종덕씨. [출처:중앙DB]

딸 최씨는 이 글에서“아버지가 숱한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독도에 집터를 일구고 지금의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 것은 독도에 대한 애착”이라며 “살아계실 때 항상 입버릇처럼 ‘내가 묻힐 곳은 바로 이곳(독도)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버지의 혼이 담긴 비석을 세워주고 싶다”고 썼다.

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부친이 1987년 여름 태풍으로 망가진 독도 접안시설과 집을 복구하기 위해 대구에 물건을 사러 가셨다가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당시 아버지의 유언대로 독도 서도에 비석을 세우고 싶었지만 독도 안에 민간인의 비석을 세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경북 칠곡군에 모셨다”고 말했다.

고 최종덕씨가 독도에 거주할 당시 조업하는 모습. [출처:중앙DB]

그는 비석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한국 민간인이 30여 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인데 일본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꼭 연례행사처럼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비석을 세움으로써 대한민국의 조상이 꾸준히 독도에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독도에서 아버지와 같이 지냈던 12년 동안 일본과의 마찰이 생길 때면 아버지는 당연히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가진 내가 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내시곤 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그러나 “아버지의 업적을 알아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살아계실 때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을 따름인데 어떻게 절차를 밟아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도움을 청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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