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 5시20분쯤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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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격된 시간은 북측이 밝힌 11일 오전 4시50분 전후가 아니라 이미 해가 뜨고 난 뒤인 오전 5시20분쯤이라는 관광객의 증언이 나왔다. 사고 당일 일출 시간은 5시12분쯤이다. 따라서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육안으로 사람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는 시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군의 과잉 대응 의혹이 더욱 커지게 된다.

박씨와 같은 시기에 금강산 관광을 했다는 여성 관광객 이모씨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박씨가 피살된) 11일 오전에 숙소인 해금강호텔에서 나와 해수욕장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총성을 들었다”며 “5시20분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각 5시에 호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고, 다시 숙소에 돌아온 시각은 5시40분이었다”며 “해수욕장 산책로를 일정한 속도로 걸어갔다가 되돌아가려는 순간 총성이 들렸던 만큼 (피격 시각은) 5시20분 전후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에는 이미 해가 떠서 날이 환했다”면서 “숙소에 돌아갔더니 관광 가이드도 ‘오늘 따라 날씨가 참 맑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측은 “목격자 이씨가 해금강호텔을 나서는 정확한 시각을 확인 중”이라며 “금강산 현지에 이씨가 호텔 정문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CCTV에 찍힌 시간 확인은 15일 오전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씨의 피격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대학생 이인복씨도 총이 발사된 시점이 북한 측이 제시한 시간과 다르다고 유추할 만한 증언을 한 바 있다. 이씨는 “여성의 피격 현장을 2∼3분 정도 바라보다가 군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해변 인근 숙소로 돌아왔다”며 “몸을 씻고, 가방을 챙긴 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5시50분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피격 시점이 오전 4시50분쯤이라는 북측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학생 이씨가 군사경계선인 철제 펜스에서 현장을 목격하고 2∼3분 뒤 숙소로 돌아온 다음 가방을 챙기기까지 한 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박씨의 숙소인 해변마을 텐트촌이 사고 인근 펜스로부터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는 점에서 북측이 밝힌 피격 시점은 물리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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