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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최고 가치는 타인 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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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인간적 가치의 중심에 놔야 합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0회 생일(18일)을 앞두고 12일(현지시간) 열린 기념 강연회에 부인 그라사 마셸 여사의 부축을 받고 나와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21세기 초에도 세계에는 이견과 증오·분열·갈등·폭력이 횡행하고 있다”며 “전세계에 증오와 분열을 야기하는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인류는 더욱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특별 연사로 초청받은 엘렌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만델라는 아프리카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라며 “그는 새 세대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닦았으며, 아프리카에 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칭송했다. 2006년 당선된 존슨-설리프는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증오와 분열을 해소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백인 정권에 저항하다 27년간 감옥 생활을 하고 1990년 11월 석방된 이후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장 투쟁 대신 타협과 화해 노선을 추구했다. 비폭력 노선으로 인해 그는 인도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와 비교되기도 한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흑·백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한 공로로 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만델라의 인기는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90회 생일 기념 콘서트에서 입증됐다. 공연에는 미국 영화배우 윌 스미스와 영국 인기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 영국 팝 그룹 퀸 등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이날 4만6664장의 티켓을 팔았는데 이는 만델라가 입었던 죄수복 번호를 상징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만델라는 “빈곤과 질병·억압이 있는 세계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우리 임무는 모든 사람의 자유다”고 말했다. 만델라가 감옥에 갇혀 있던 88년에도 70회 생일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잉글랜드 축구 성지(聖地)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기도 했다.

CNN·BBC 등 전세계 언론도 만델라의 90회 생일을 앞두고 특집 기사를 편성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21일자)에서 만델라를 표지 인물로 싣고 ‘만델라 리더십의 8가지 비결’을 소개했다. 타임은 그가 전사(戰士)에서 외교관·정치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데는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만델라는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맞춰 전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다▶선두에서 이끌되 지지자들과 떨어지지 말라▶뒤에서 이끌어 다른 사람들이 선도한다고 여기게 하라▶적을 알고 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까지 배워라▶동료뿐 아니라 라이벌과도 가까이 지내라▶외모에 신경 쓰고 미소를 잊지 말라▶흑백 논리를 버려라▶그만두는 것도 리더십 등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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