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반짝 회복'가능성에 현혹 안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우리 경제가 2분기 이후 잠깐 반짝 회복하다가 내년 1월부터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의 '2분기 회복론'을 시작으로 경기 회복론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여전히 꼼짝 않는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감안할 때 경기회복론은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설사 제조업 가동률 등 몇몇 경제 지표를 기준으로 회복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 덕에 그나마 3.1%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지 내수와 투자는 마이너스였다. 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율는 98.2%에 달했다. 수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수출의존도가 이렇게 심한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수출의 고용 창출 효과도 떨어져 이대로 가다간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수출 여건도 결코 밝지만은 않다.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판에 정부가 수출 위주의 지표를 기준으로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판단하다가는 외환위기 이전처럼 착시현상에 빠져 상황을 그르칠 위험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더블딥'경고도 이런 우려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부는 불투명한 '반짝 회복'가능성에 현혹되지 말고 소비자들이 호주머니를 열고, 돈 쌓아두고도 망설이는 기업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돈이 돌고 소비와 투자가 돼야 성장잠재력도 커지고, 균형 성장도 가능하며 일자리도 생긴다.

총선은 곧 끝난다. 어느 당이 이기고 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총선 이후 과연 이 나라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느냐가 과제다. 그러자면 기업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정국 불안과 장래에 대한 불투명성은 막을 내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경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