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엔이 동참해 이라크사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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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일 계속되는 이라크에서의 혼란에 세계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팔루자를 비롯한 일부 이라크 도시에서 벌어진 미군과 이라크 시아파 과격파들 간의 충돌로 이미 수백명의 민간인이 희생당했으며 미국의 과격한 군사작전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분노가 높아가면서 미국에 협조적이던 온건 시아파들, 일부 이라크 군.경 조직까지도 반미 투쟁에 나서고 있다.

미군의 바그다드 침공 1주년이 지났지만 이라크의 안정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심적.물적 부담이 커져만 가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2의 베트남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의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현 사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 내 폭력의 악순환이 나라 전체를 내전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이라크 내 질서의 확립이 중요하다. 이라크 내 치안 부재로 인해 자행되고 있는 민간인 납치와 살해.약탈 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신속히 철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질서가 유지되지 않은 이라크에서 연합군이 철수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가 시아.수니.쿠르드의 세 편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

파병을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이라크 사태가 안정되기를 바란다. 미국과 동맹국은 명확한 의지를 갖고 이라크 민주화 일정과 주권이양 등에 대해 이라크를 대표하는 세력들과 협력해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미국도 일방주의적 오만을 버리고 이라크 안정화에 유엔 등 국제사회의 동참을 보다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한다. 유엔이나 국제사회도 미국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라크 사태를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라크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합법적인 정부의 탄생이 중동과 세계 혼란을 제거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