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회 개원 연설 50분 전 ‘피격’ 첫 보고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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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2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남북 당국의 전면적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강경 노선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를 줘 새 정부 출범 후 계속돼 온 남북 경색 국면을 풀겠다는 의지가 담긴 연설이었다.

앞서 이날 새벽 5시쯤엔 우리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 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청와대 측은 “현대아산이 이런 사실을 오전 11시30분 통일부에 알렸고, 이 대통령은 여의도로 출발하기 전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오전 11시40분쯤 청와대 상황실로부터, 곧이어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정정길 실장, 김성환 수석 등은 오후 1시30분쯤 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 국회 연설 50분 전이고, 청와대가 처음 알게 된 뒤 1시간50분이 흐른 상황에서다. 이 대통령은 1시50분쯤 청와대를 출발했다

어쨌든 이 대통령은 금강산 피격 사건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북 대화 제의를 골자로 한 개원 연설을 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기자들과 만나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서 바뀐 것은 없었다”며 “큰 틀의 대북정책에 대해 밝히는 것을 갑자기 짧은 시간에 판단을 다시 하는 것은 온당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사태의 진상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고, 개원 연설은 우리가 앞으로 남북 관계 및 대북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금강산 피격 사건과 개원 연설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그렇다면 오늘 연설 내용은 유효하냐”고 묻자, 그는 “그대로 된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남북 관계의 큰 방향을 강물이라고 한다면, 가다 보면 돌출적 사안도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문에서 대북 대화 제의를 삭제할 것이냐의 여부를 놓고 청와대 내에서 고민했다”며 “하지만 피격 사건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준비했던 연설이 진행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란 보고를 하는 등 혼선이 생겨 사태 파악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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