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아이就學과 엄마의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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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저녁 설거지를 밀쳐두고 아들 녀석을 식탁으로 불렀다.
『학습지하고 일기장 가지고 와.』 소리를 빽 지르니 입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채 식탁에 앉는다.
볼펜 꼭지로 학습지를 툭툭 쳐가며 『이걸 왜 몰라』하고 한바탕 야단치니까 그 큰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입귀가 실룩거리는게 금방 울음보가 터질 것같다.
「아이고 참,내가 왜 이러나」싶어 아이를 달래 방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정작 화가 나는건 내자신에 대해서였다. 올해 여덟살,입학을 앞둔 큰아이가 요즘들어 학원을 자주 가고 싶지 않다고 하길래 그만두게 했다.
그리고 이제 학교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고달퍼할(?) 아이가 가엾은 생각도 들어 입학 전까지는 시골에도 좀 데리고 가고,저다닐 학교구경도 가고,놓아두자 생각했던게 엊그젠데 이것마저도 작심삼일인가.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어디어디 학원에 보낼거고 무슨 무슨 학습지를 시킨다더라는 얘기를 전해듣곤 금방 마음이 흔들려 아이를울리고 말다니….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쉽게 못하고 있는데 『엄마,동화읽기안해줄거야』하고 방문을 빠끔히 여는 두 아이가 얼마나 반가운지얼른 아이들 방으로 건너갔다.
그림과 글씨를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큰아이를보며 생각했다.
『그래,이녀석은 책읽기를 참 좋아하지.아빠와 의젓하게 마주앉아 장기도 곧잘 두고,유치원에서는 운동을 잘해 아이들이 부러워한다는데 엄마는 다 잊고 있었구나….』 『안녕히 주무세요』하고인사하는 두아이에게 『이젠 엄마 마음 흔들리지 않을게』라는 말대신 토실한 엉덩이를 툭툭 쳐주고 방을 나왔다.
이화분 경기도용인군수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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