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세관원 밀수꾼에 노골적 돈.물건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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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과 중국간의 공식 무역은 별 재미를 못 본다는 것이 옌볜(延邊) 조선족의 한결같은 말이었다.뿐만 아니라 밀무역에서 북한 기관원들의 부패현상을 지적하는 것도 「단골 메뉴」였다.
옌볜의 사업가 金모씨는 『공식무역이 부진한 것은 북조선 중앙정부가 미리 물품별 수입가격과 수량을 정해놓아 융통성있게 거래할 수 없는데다 중국으로 내올 물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옌볜에 크고 작은 무역업체가 4백~5백개에 이르나북조선과 정식으로 무역해 재미보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금결제시 북한돈 받는 것을 기피하는 대신 달러나중국돈,그리고 금.녹용.사향.산삼.골동품등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밀무역 성행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후유증이 북한측 세관.
안전부(경찰).보위부(정보기관)등의 부패현상이다.
1년에 두세번 북한을 드나드는 李모(39)씨는 『쌀이나 옷을싣고 가면 세관과 안전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물건을 요구하는 바람에 아예 별도 물량을 잡아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만~5만달러 규모의 대량 거래때는 세관에 1천~1천5백달러를 미리 먹이며 이곳저곳 인사치레 비용을 합치면 1만달러가량이 들어간다』고 웃었다.
조선족 보따리장수들도 『밀수꾼으로 잡힐 경우 물건을 빼앗기는것은 물론 벌금에다 처벌을 받고 통행증에 「검은 도장」이 찍혀최소한 1년간 북조선방문이 금지돼 안전.보위부 사람들이 내놓고돈이나 물건을 요구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규모 밀무역꾼들은 또 『북조선 거래상대방들은 대부분 권력층과 연결돼 평상시에는 뒤를 잘 돌봐준다』며 『그러나 대금을 제대로 갚지 않거나 사기성 거래를 할 경우 중국땅까지 사람을 보내 살인도 불사한다』고 치를 떨었다.
실제로 지난해 일제차를 수입했다가 3백만위안(약3억원)을 갚지 않은 한 조선족 밀무역꾼은 옌지(延吉)근처 야산에서 흉기에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뱀독을 거래하던 조선족도 최근 집안에서 강도를 당해 난도질당했으나 그저 「그쪽 소행」이겠거니 짐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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