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독도와 해양법 왜 혼동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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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웃 사람이 자기집을 탐낸다고 집앞에 서서 그저 고함만 지르고 있을 수는 없다.문단속 잘하고 태연히 사는 것도 대항하는 한가지 방법이다.요즘 독도문제에 대해 4천만명의 혈압이 올라간것을 보고 있으면 이와 같은 생각이 든다.그런데 이 섬이 원래우리의 것이라는 주장은 1952년이래 자그마치 45년간이나 해왔으니 이제는 목을 좀 쉬면서 차분히 다음 단계를 생각할 때가왔다.이 문제에 관해 몇가지 기본적인 점을 지적해 본다.
첫째,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하려는 동기가 마치독도의 영유권을 강화하려는데 있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분명히 사실의 착오다.수산업계의 끈질긴 압력 때문에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하려고 보니 독도문제가 먹구름처럼 떠오른 것이 다.게다가 일본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분쟁,중국과의 조어대(釣魚臺)분쟁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 세가지 문제를 서로 달리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일본의 고민일게다.
둘째,일본은 독도와 같은 무인도를 많이 가지고 있다.그중에 몇개는 EEZ의 기점(基點)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일본국토 면적의 몇배나 되는 바다의 관할권이 좌우된다.따라서 무인도를 기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례는 일단 한사코 피해야할 처지에 있다.일본이 이것이 해양법상 할 수 없는 일임을 모를리 없다.사람이 살 수 없고 그 자체의 경제성이 없는 무인도는 배타적경제수역의 기점으로 할 수 없음은 너무도 명확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한편 독도는 그 위치로 보아도 우리 쪽에 있으므로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안에 들어오게 돼있어 일본은 우리에게 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차라리 본의 아니게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셋째,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나 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우리가 끌려가 봉변당할 수 있다거나,그러니 해양법협약의 비준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거나,비준때에 재판관할권에 대한 유보를했어야 한다는 말은 고작 순진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원칙적으로 국제재판은 당사자의 동의없이 성립하지 않는다.그리고 이번에우리가 가입한 해양법협약에는 애당초 유보를 붙일 수 없게 돼있다. 넷째,또 한가지 분명히 밝혀둘 일이 있다.새로운 해양법 질서하에서 독도문제는 이제 하나의 영토문제에 지나지않아 해양경계문제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이 무인도는 그저 12해리의 영해만을 갖게 된다.두가지를 얼버무리면 이것도 저것도 해결이 안될 뿐만 아니라 계속해 일본하고 속만 상하게 된다.이미 40~50년 해온 어른들의 눈깔사탕 싸움꼴이 되고 만다.
끝으로 독도문제는 한일(韓日) 양국이 국제법상 각기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이미 국제법문제의 테두리에서 벗어난지 오래다.뿌리깊은 국민감정 앞에 국제법은 그저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하다.이제 와서 국제법을 논하려면 애당 초 국제법을존중했어야 하고 그랬으면 독도문제는 고사하고 한일관계가 언제까지 이렇게 감정적 대립 일변도에 이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한가지만 물어보자.독도가 일본의 영토로 편입됐던 1905년 당시의 상황은 국제법적 잔꾀로만 설명해 정당화시킬 수 있을지를.
오늘날 온 세계는 21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한일양국은 아세아-태평양시대를 노래하고 있다.그리고 한국이나 일본은 국제사회를 위해 할 일이 많고 국제사회도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그래서한국은 유엔가입 3~4년만에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 핵심적역할을 하는 유엔안보이사국이 되었고 일본은 상임이사국의 영예로운 지위의 문턱에 와있다.게다가 일본의 공헌이 없으면 유엔과 그 산하 모든 국제기구의 호주머니가 궁색해진다.이러한 이웃간의두 나라가 21세기를 코앞에 두 고 언제까지 19세기 분쟁에 목소리를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다시 한번쯤 되새겨 보자.
朴椿浩 前 高大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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