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찰 - 시위대 유혈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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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만 정국이 계속 꼬여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총통선거 뒤 여야 대치가 격렬해진 가운데 타이베이(臺北)에선 경찰과 시위대 간에 화염병이 등장하는 유혈 충돌이 발생하고 천수이볜(陳水扁)총통 진영의 장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고 있다.

◇격렬해진 야당 시위=야당 지지세력 20만명은 지난 10일 총통부 건물 앞에서 "총통 피격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야당연합 후보였던 롄잔(連戰)국민당 주석은 "국민의 진상규명 요구를 무시하는 陳총통은 오만한 권력자이자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진상규명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며 총통부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폭동 진압 경찰 8000여명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켰으며 시위대는 돌과 각목.화염병 등으로 맞섰다.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 충돌로 100여명이 부상하고 20여명이 체포됐다. 야당은 陳총통이 11대 총통에 취임하는 다음달 20일까지 가두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각료 사표 잇따라=陳총통의 '대만 독립외교'를 2년여 뒷받침했던 젠유신(簡友新)외교부장이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만 언론들은 "그의 외교부장 재임시 대만과 수교했던 3개 국가가 단교를 선언한 데다 陳총통 당선 뒤 미국 측이 축하 메시지를 뒤늦게 보낸 데 대해 책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簡부장의 사퇴는 陳총통의 내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총통선거 뒤 탕야오밍(湯曜明)국방부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내정부장(내무부장관)과 국가안전국장.경찰청장 등이 물러났다. 이들은 "총통 피격사건의 책임을 지기 위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陳총통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대만 견제=미국 정부는 민간 기구이면서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했던 주(駐)대만 미국협회(AIT)의 여성 책임자인 테레사 사힌을 최근 경질했다. 그는 陳총통에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들은 "사힌이 중.대만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혼선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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