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 대학원 … 할머니의 또 다른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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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동 할머니가 지난 6일 치른 컴퓨터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시험에 대비해 울산시 중구 병영동 박정형외과 입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69세 할머니의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화제다. 6일 병원복 차림으로 울산공고에서 실시된 컴퓨터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실기시험에 응시한 전문 서류 택배회사 ㈜조양통상의 송순동 사장.

송 사장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벌겋게 붓고 심한 고통이 동반하는 림프종 순환장애가 찾아와 보름전부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울산과학대학 컴퓨터 정보학부 4학년때부터 도전장을 던진 자격증 취득 시험의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하며 도전했다.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던 송 사장의 배움에 대한 도전은 1997년 고입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2년만에 고입검정고시, 또 2년만에 고졸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이듬해인 2002년 울산과학대 컴퓨터 정보학부에 입학했다. 4년뒤 졸업하자마자 울산대 정책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학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날 시험을 치른 컴퓨터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 탓에 필기시험을 4번 낙방한 뒤에야 2년전 합격했고 실기시험도 2번이나 낙방했다. 이날 시험은 필기시험 합격 후 2년 이내에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병원신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송 사장은 “2002년 대학문에 들어설 때부터 젊은 친구를 따라가기 위해 하루 4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며 “한달쯤 뒤 발표를 보고 낙방이면 당연히 다시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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