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언론,권력,그리고 金力-佛르몽드紙 4일자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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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권력과 금권(金權)으로부터의 독립은 르몽드지가 줄기차게 추구해온 이상이었다.르몽드의 창간은 바로 이 이상에서 연유하고있다.나치치하에서 레지스탕스 국가평의회가 해방된 프랑스의 이상속에 자유언론의 이상을 포함시킨 것도 두번의 세 계대전을 겪으며 부패하고 비윤리적인 언론이 보여준 폐해를 생생하게 기억했기때문이다.1944년 법령이 언론집중.겸영금지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언론은 프로들의 일이어야지 장사꾼들의 것이어선 안된다.이에 따라 51년 르몽드 기자협회의 탄생과 기자의 대주주화를 통한 편집권 독립 약속이 자유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이상을 한껏 고취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2년전부터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는 범위안에서 독자확대에 나선 르몽드의 경우는차라리 예외에 속한다.
이는 오늘날 잘못돼 가고 있는 프랑스 언론의 현실을 단적으로말해주고 있다.언론계에 금권과 정치권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계를 볼때 엥포마탱은 올들어 폐간됐고 르피가로와 프랑스스와르를 발행하는 신문재벌인 에르상그룹은 해체위기에 직면해 있다.에르상그룹의 불확실한 장래는 프랑스 언론계에 미증유의 대혼란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72년 자유언론의 기치를 내걸고 창간된 리베라시옹 또한 대대적인 경영적자에 직면,기자들은 편집국장에 대한 임명거부권을 제외하고 신문경영에 대한 모든 통제권을 포기했다.
TV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질적 언론기업이 신문경영에 뛰어들 경우 그 신문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총리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AFP사장 선출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AFP경영이사회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이사들에게 투표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정부는 기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새로운 인물을 사장후보 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지난 몇년간 AFP가 명백한 질적 노력을 통해 영어권 지역에서의 매출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AFP의 매출은 영국 로이터통신의 10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57년에 제정된 AFP규약에 연유한 정부의 이번 인 사개입으로 AFP의 공신력은 실추될 위험이 높다.
언론의 독립을 위한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정리=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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