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 수배자 6명 조계사 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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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소도(蘇塗)가 등장했다. 폭력시위 수배자 6명 등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경찰의 체포를 피해 6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불교계는 ‘정책에 종교편향 사례가 있다’며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과 불교문화역사박물관 사이 주차장에 천막 두 개가 설치돼 있다. 파란색과 노란색 천막에 십여 명이 앉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집회를 열고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6명이 그곳에 피해 있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용진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이상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김동규 진보연대 정책국장(대책회의 조직팀),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대책회의 기획팀), 백은종 안티이명박 부대표(대책회의 운영위원), 김광일 다함께 대표(대책회의 행진팀장)다. 이들은 조계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을 천막에서 먹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천막 옆을 모두 터놓았다. 몇몇은 부채질을 했다. 이들은 “향후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조계사 길 건너 대성보일러 건물 앞에는 경찰 두 개 중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 버스 6대가 도로를 따라 일렬로 서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을 바로 집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조계사 주지인 세민스님의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며 “종교단체에서 강제적으로 나가게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던 5일 오후 8시 남짓,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들은 연단에 올라 연설했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정부에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다. 재협상 실시하라. 이 정부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권이다. BBK 주가조작을 덮고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대표는 “‘될 때까지 모이자’는 구호를 잊지 말자. 탄압·수배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한용진 위원장은 “나의 진정한 배후는 여중생이고 네티즌이다. 여중생과 네티즌이 어청수와 이명박의 탄압에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행진이 끝난 오후 10시쯤 이들은 조계사로 이동했다. 11시쯤 천막을 쳤고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

백은종 부대표는 오전 8시에 조계사에 들어왔다. 그는 집회 후 현장에 남아 있었다. 오전 5시50분쯤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백 부대표를 방문했다.

그는 “집회 주최 외에도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일까지 범죄사실에 포함돼 영장 집행에 불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발길을 돌렸고 백 부대표는 조계사로 왔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상호 협의하에 접근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날 “인터넷을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포털에 대해 인터넷 실명제를 준수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등 불법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포털의 약관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게시글을 방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시간을 끌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포털 측을 비판했다. 

글=강기헌·한은화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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