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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돌아갈 고향이 없다" 펴낸 김연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유학이라는 단어마저 생소하던 자유당 말기(1961년),고만고만한 세 아이를 떼어놓고 홀홀단신 독일 유학을 떠났던 한 주부가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담하게 털어놓은 책을 펴냈다.
『내겐 돌아갈 고향이 없다』(새로운 사람들刊)의 저자 김연순(69)씨가 그 주인공.제목이 암시하는대로 함북 부령 출신의 실향민인 그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독일 뮌헨대 독문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아대 독문과 교수(80~ 92년)를 지낸,그 세대에선 보기드문 인텔리 여성이다.
『지난해 광복 50주년을 맞으면서 바로 우리의 한맺힌 역사이기도 한 제 개인사를 남들에게 공개하자는 생각이 들었지요.제 또래 여성들도 이제는 제대로 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 또한 있었고요.』 일제하의 어린시절,해방과 6.25,자유당 독재 등 우리 역사와 개인사가 얽혀지는 전반부에 이어 후반부에는30여년의 독일 생활동안 겪었던 재외한국인으로서의 기막힌 사연들,독일로 데려와 키운 세 아들의 교육담 등이 꼼꼼하기 그지없는 기억력과 솔직한 문체로 되살려진다.72년 뮌헨올림픽때 뮌헨을 찾은 홍진기(洪璡基)전중앙일보 회장과 함께 노이슈반슈타인성(城)을 구경갔던 이야기,프랑스 작가 이사벨 라캉의 어머니가 된 이대 동창생 등 스쳐 지나가듯 등장하는 유명인사 와의 교유기(交遊記)도 읽을거리.
『남들보다 먼저 유학을 오긴 했지만 그때문에 남편과 결국 헤어지는 등 개인적인 아픔도 컸습니다.좋은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나처럼 실수를 겪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싶군요.』 국제전화를 통한 인터뷰에서 그는 독일 출판사들이 「한 외국여성의 독일체험기」이기도한 이 책에 관심을 보여 곧 독일어판도 나오게 될 것같다며 기뻐했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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