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財權출원 허울뿐인 세계5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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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특허.실용신안.상표.의장등 산업재산권(산재권)출원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93년 이후 일본.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5대출원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기술과 아이디어가 국가 경쟁력의원동력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같은 출원 호조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재권 경쟁력이 실제 출원 순위만큼높다고 얘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양적으로는 세계 5위일지라도 질적인 측면에선 한참 뒤진다는 지적이다.
특허청은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서 충원 목표 인원을 4백32명으로 책정했다.이는 현인원 6백59명의 3분의2에 해당하는 것.
작은 정부를 지향해 공무원 수를 줄여가는 판국에 현인원의 3분의2를 한꺼번에 충원하려는 특허청의 요구가 우리 산재권 행정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지난해 국내 산재권 출원이 20만건을 넘어선 것을 계기로 주요국 특허청의 20만 건 출원 당시 인력을 비교해 보면 독일(93년)2천6백명,중국(93년)1천6백명,일본(62년)1천1백60명등이었다.
이같은 심각한 인력 부족은 심사.심판 질의 저하와 심사처리기간의 지연을 가져왔다.
『하루 한건 이상씩 처리해야 목표 심사건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심사는 서로 안맡으려고 한다.』한 심사관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심사관은 『과중한 심사건수를 채우려다 보니 자연히 심사 서비스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 예로 『심사 결과 「거절」결정을 내렸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써줘야 출원인이 선출원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데 시간에 쫓겨 선출원 기술 의 제목만 써주는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출원 주체인 기업들이 출원의 질적 측면보다는 양적 경쟁에 치중해온 것도 우리의 출원 5위를 되돌아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치열한 출원 경쟁을 벌였던 현대.기아.대우등 자동차 3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달간 출원한 물량이 1~11월 누계 출원건수를 넘는 기현상마저 보였다.이런 식의 밀어내기식 출원 경쟁 풍토에서 질 높은 산재권이 나오리라고 기 대하는 것은무리다. 『외국 업체의 출원 1건을 담당하는 것이 국내 업체 10건을 담당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이 변리사 업계에 나도는 것에서도 국내 업체의 산재권 질 높이기 노력이 절실함을 알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의 내용을 좇으려는 노력보다는 안면과 영업력에만 치중하는 변리사 업계도 변리업 서비스 시장 개방을 앞두고 변화가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자질이 떨어져도 인력의 절대부족으로 일을 맡게되는 변리사가많다』는 지적을 변리사업계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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