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5인조 신예그룹 '걸' "로큰롤 레볼루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최근 발표된 5인조 신예그룹 「걸」(사진)의 노래는 과연 90년대 중반의 음악임에 틀림없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이들의 첫음반 『로큰롤 레볼루션』은 60년대풍의 정통 로큰롤을 신나게 들려주기 때문.
음반제목처럼 「혁명」이라기보다 3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복고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놀랍게도 다섯명의 멤버들은 모두 20대초반의 혈기왕성한 신세대들이다.
「걸」은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았을 시대에 유행하던 음악들을무리없이 연주해낸다.그들은 음반 첫머리에 수록한 메들리 『로큰롤 레볼루션』에서부터 음악적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내 준다.『록어라운드 클락』,『하운드 도그』,『히피히피 셰 이크』등 초기 로큰롤의 고전을 메들리로 엮어 리메이크 한 것.쉴새없이 「흔들고 구르는」 엘비스 프레슬리풍 로큰롤의 참맛을 제대로 살렸지만현대적 감각도 잃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요즘 방송빈도가 부쩍 높아진 『아스피린』은 초기 비틀스의 음악을 연상케 한다.케이블 TV 음악채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경쾌한 셔플리듬에 맞춰진 기타솔로.백보컬등이 『록의 원형은 이런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전반적으로「걸」의 음악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로큰롤의 초창기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60년대 비틀스와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중년층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음악들이다.그럼에도 이들의 앨범은 오히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럭비공처럼 종잡을 길 없는 신세대감수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영어식 발음을 의식한듯 혀를 지나치게 굴려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 우리말에서 무성음으로 발음돼야 할 「ㅈ」과 「ㄷ」이 이들의 노래에선 각각 영어의 「z」와 「d」발음으로 들리고 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