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부인들의 억척 내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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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한국당(가칭) 박성범(朴成範.서울중구)위원장의 부인이자 전KBS 9시뉴스의 여성앵커 신은경(辛恩卿.38)씨는 매일밤 한양대병원과 백병원 영안실로 출근(?)한다.
유권자의 상가(喪家)에 찾아가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해주기위해서다.
辛씨는 지역구 노인정을 돌며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안마도 해준다.더욱 놀라운 것은 동네목욕탕 아무데나 들어가 유권자들의 때도 밀어준다고 한다.길을 걷다 눈이 마주친 사람은 반드시 쫓아가 인사하는 것도 辛씨의 전략중 하나.辛씨는 행 사마다 쫓아다니며 밥을 먹는 바람에 몸무게가 5㎏이나 불었을 정도로 억척이어서 선거운동원들조차 혀를 내두른다.
「국회의원은 혼자 할 수 있어도 선거는 마누라없이 못치른다」는 말을 실감케 해준다.
정말이지 「부인보고 표 찍는다」는 유권자는 적지않다.
일단 선거전에 돌입하면 어느 후보자의 부인이거나 남편에게 금배지를 달아주기 위해 발바닥이 닳도록 뛰긴 마찬가지다.
자타가 공인하는「내조9단」은 민주당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의부인 이경의(李慶儀.50)씨다.미모에 겸손하지만 당찬 말솜씨로야당가에서는 「여걸」소리를 듣는다.
李씨는 94년10월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여름에는 결혼패물을 팔아 낙도 무의촌을 다니는 진료선을 구입해 기증도 했다.
이같은 미담과 선행으로 李씨는 여성잡지에 단골로 등장한다.올해에는 자신과 남편의 얘기를 담은 『북아현동의 미소』란 책을 펴내 이미 수만권이 팔려나갔다.
李씨는 1년전쯤부터는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혼자부산 해운대로 내려가 지역구를 샅샅이 훑고 다녔을 정도다.
국민회의 김충조(金忠兆.전남여수)의원 부인 이순옥(李順玉.54)씨는 남편이 금배지를 단 13대때부터 8년째 별거아닌 별거중이다.초등교 교사인 李씨는 남편이 서울에 가있는 동안 혼자 여수에 남아 남편의 텃밭을 관리한다.
李씨는 『지역주민들이 나를 보면 남편을 떠올릴 것이기 때문에시간날 때마다 시장등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만난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이명박(李明博)의원의 부인 金윤옥(50)씨는 지구당사무실에서 잔일을 하고있다.
복사도 하고 전화도 받고 커피도 끓인다.때문에 사무실을 찾아온 「경우없는」 일부유권자들에게 반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웃음으로 대꾸한다.金씨는 남편대신 하루종일 지구당을 지키며 민원인들과 상담도 한다.
신한국당 서청원(徐淸源)의원의 부인 李선화씨는 기독교 신자지만 지역구에 있는 불교신자들과 같이 새벽공양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종교행사에 골고루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부인들의 억척 내조는 이제 총선전이 본격화되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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