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국 미스터리 영화 "유주얼 서스팩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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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스터리영화로 요즘 관객들을 감탄시키기는 쉽지 않다.웬만한 트릭이나 플롯은 관객들이 먼저 눈치채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개봉하는 『유주얼 서스펙트』는 오랜만에 관객들의 허를 찌를만한 범죄 스릴러다.시종 관객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머리를 굴리도록 만든다.감독과의 두뇌게임에서 이긴 관객이라면 추리력 하나만큼은 자신해도 좋을듯.
부두에서 마약밀수선이 폭발,27명이 사망하고 9천1백만달러가증발하는 사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특수요원 쿠잔형사는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버벌 킨트를 신문하면서 배후에 범죄조직의 보스 카이저 소제가 있음을 알아낸다.
영화는 킨트와 쿠잔형사의 신문을 통해 현재와 지난 6주간의 범죄를 교차시켜 진행함으로써 시점의 잦은 이동을 유도한다.표정변화없이 청산유수처럼 사건을 진술하는 버벌 킨트는 원래 말이 많아 버벌(verbal:말많은 이란 뜻)이라 불 리는 지체장애인으로 조직의 브레인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카이저 소제는 누구며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영화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실마리를 제공해주면서지적인 게임을 즐길 것을 제의한다.
93년 미국의 대표적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퍼블릭 어세스』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27세의 신예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두번째 작품.
등장인물들이 미국독립영화의 대표적인 배우들이어서 개성 연기가탁월하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버벌 킨트역의 케빈 스페이시는『세븐』에서 연쇄살인범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고바야시역의 피터 포스텔스웨이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올랐던 영국배우다.
또 쿠잔형사역의 채즈 팔민테리는 지난해 우디 앨런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로 아카데미상 남우 조연상후보에 올랐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미스터리영화이므로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봐야 한다.「유주얼 서스펙트」는 유력한 용의자란 뜻.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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