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고위協 앞서열린 韓美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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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와이 한.미.일 3국 고위협의회에 앞서 25일(현지시간 24일)열린 한-미간 양자협의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간의 「불안한 공조체제」를 확인했을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기문(潘基文)외무부제1차관보와 윈스턴 로드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한 양측대표단은 간편복 차림으로 『자유롭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潘차관보)만찬을 함께 하며 3시간동안 머리를 맞댔다지만 각각의 아쉬운 처지만 일방 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고 만 느낌이다.
더구나 핫이슈가 돼 있는 대북(對北)쌀지원문제는 3국간 협의때 논의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화제에 올리지도 않았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양국 공동관심사에 대해서도 주로 문제를 제기한 쪽은 한국이었다.남북관계가 전혀 진전이 없는 만큼 북-미연락사무소의 조기개설은 바람직하지 않으며,미국의 대북추가제재완화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 전달됐다.내놓 고 말은 안했지만 북-미관계 개선이 4월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대북관계개선은 남북관계개선과 조화를 이루며추진한다」는 익히 아는 원칙만 구두선처럼 되풀이했을 뿐 연락사무소 개설시기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대신 미국측은 예산확보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대북중유제공 재원조달문제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는 후문이다.유럽연합(EU)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집행이사국으로 참여시켜야 EU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한 국이 양해해달라는 요구를 집요하게 거듭했다는 것이다.말이 좋아 정책 「협의」지,쇠귀에 경 읽는 식의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미국이 대북식량지원 방침과 독자적인 대북관계개선 방침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이번 협의회에 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실제 돌아가는 품새는 이런 분석과 크게 다르지않다.대통령선거를 앞둔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식량지 원을 통한 북한체제의 안정이 정치적으로 필요하며,핵문제 타결에 이은 대북관계개선이 선거에 호재가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식량지원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26일의 3국간협의도대북식량사정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양측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호놀룰루=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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