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크 징크스’ 독일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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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독일이 스페인에 밀려 준우승에 그치자 독일 팬 사이에서 “또 발라크 징크스…”란 자조가 터져나왔다. 발라크(사진)는 부상을 무릅쓰고 결승전 출전을 강행했지만 ‘준우승 제조기’란 뼈아픈 별명을 벗지 못했다.

준우승과의 악연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이던 1999~2000시즌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월드컵, 유럽선수권(유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컵 대회 등에서 준우승만 열 번을 했다. 특히 준우승 3회를 한 레버쿠젠에서의 2001~2002 시즌, 그리고 준우승 네 번이 겹친 2007~2008 시즌(첼시)은 악몽의 해로 기억됐다.

독일 팬들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가 있었기에 준우승이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2002 월드컵 때와 유로 2008에 나선 독일은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틀 카이저’ 발라크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 정신을 고취했으나 독일은 발라크란 ‘원맨 팀’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부자 구단 첼시에서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잉글랜드 축구 적응에 시간이 걸렸고, 자신을 불러준 무리뉴 감독이 떠나면서 입지도 불안해졌다. 유로 2008 결승전이 끝난 뒤 발라크는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지게 돼 너무 슬프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고개를 숙였다.

빈=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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