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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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S(사진). 세계적인 성인잡지 ‘플레이보이’가 선정한 올해 가장 섹시한 2도어 쿠페다. 지난달 말 마세라티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중북부 모데나에서 이 차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섹시한 여배우의 야한 포즈가 떠올랐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빨간색, 사진 찍기에 좋다는 하얀색, 검은색 등 세 가지 색상의 그란투리스모S가 기자단을 기다렸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은 서로 검은색을 타려 했다. 검은색은 그란투리스모S가 대표로 내세운 색상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 뽑기를 잘해 검은색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시승 구간은 두 곳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모데나에서 치즈로 유명한 파르마까지는 이탈리아 반도를 종단하는 A1 고속도로를, 파르마에서 명품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의 고향 크레모나까지는 시골길을 이용했다.

그란투리스모S가 마세라티 차종 중 가장 빠른 시속 295㎞까지 달릴 수 있다기에 A1도로에서 이를 시험해볼 욕심이었다. 최고 440마력을 낼 수 있는 4.7L 8기통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이런 극한의 속도가 가능할 거란 예상과 함께.

시동을 거는 순간 엔진에서는 대형 선박의 뱃고동 소리가 났다. 이 소리는 운전 내내 계속됐다. 그란투리스모S에서 ‘S’는 스포츠(Sports)를 뜻한다. 그런데 문득 소리(Sound)의 ‘S’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물차로 가득 찬 A1 도로라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계기판의 바늘은 어느새 230㎞를 가뿐히 넘고 있었다.

그란투리스모S의 진면목을 확인한 곳은 시골길에서다. 엠시-시프트로 불리는 그란투리스모S의 전자동 6단 변속기는 엔진이 5500rpm 이상 회전할 경우 수동 못지않은 변속이 이뤄진다. A1 고속도로에서는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크레모나 성당으로 올라가는 시골길 오르막에서 엔진 회전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수동변속기를 직접 조작한 것처럼 변속기 단수가 연속적으로 올라갔다. 엠시-시프트 작동 램프도 동시에 켜졌다.

시승 행사에 동참했던 1989년 모나코 F3 그랑프리 대회의 우승자 안토니오 탐부리니(42)는 “경주 서킷에서 페라리를 운전하는 기분을 일반 도로에서 느낄 수 있는 차가 바로 그란투리스모S”라고 평했다.

마세라티의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FMK는 그란투리스모S를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며 판매가는 현재 팔리고 있는 그란투리스모(2억1000만원대)보다 약간 높은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모데나(이탈리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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