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수퍼마켓엔 채식주의자 위한 식품 가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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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22면

스웨덴
유럽국가 대부분의 전통 식단은 고기와 빵, 그리고 감자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 보니 1996년만 해도 채식주의자가 많지 않았다. 학교 점심시간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이 없어서 브로콜리로만 때울 때도 종종 있었다. 항상 배고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많은 게 변했다. 음식점에는 채식주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수퍼마켓에도 그런 식품들로 가득하다. 스웨덴에 채식주의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랜도스가 체험한 각 나라 채식 문화

200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5%가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답했다. 15~24세 연령층에선 13%나 됐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굳이 채식주의자로 분류하지 않아도 식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 음식 같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이 들어오면서 채식주의자들이 선택할 폭도 넓어지고 있다.

채식주의 바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고 90년대 후반 들어 서서히 세졌다. 건강을 위해, 당뇨병 같은 질병 치료를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문제다. 지난 수년 동안 채식을 하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런 연구도 많이 나왔다. 도시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음식을 고르기가 쉽지만 시골로 가면 여전히 고기 위주의 식단이 주를 이룬다.

독일
스웨덴과 비슷하다. 아직 고기가 많은 요리의 주 원료지만 식단이 점점 다양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세대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다. 도시에서 채식주의자로 살기는 어렵지 않다. 수퍼마켓은 물론이고 식당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많이 개발돼 있다.

독일의 경우도 채식주의자들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긴 쉽지 않다. 하지만 채식주의자 그룹 사람들은 3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다. 2003년 독일 바바리아주 작은 마을의 호텔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유일한 채식주의자였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매번 부엌으로 가서 나를 위한 음식을 좀 만들어 달라고 했다.

버섯 덤플링(만두)과 야채 얹은 감자,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옆 마을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 볶은 콩을 사오기도 했다.
그 이후 독일에 갈 때는 주로 도시에 머물렀는데 도시에선 채식주의 친구들과 요리를 해 먹으면서 행복한 식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독일의 채식주의자 모임도 아주 활발하다.

일본
지난해 교환학생으로 히로시마에서 4개월 살았다.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생선을 먹어야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달리 야채로 된 반찬이 아주 조금만 제공됐기 때문이다. 도착 첫날 생선 수프를 먹었고, 뭔지도 모른 채 어묵을 씹고 있었다. 생선을 먹은 지 수년 만의 일이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생선도 먹지 않으려 한다.

일본에서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생선을 원료로 쓰는 음식이 너무 많고, 생선이 포함됐는지 구분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요리도 우유를 첨가하지 않은 식품이 많고, 두부·두유 같은 콩단백질 식품, 미역 요리가 많아 채식주의자들에게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다. 도쿄 같은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이 많다. 인구 100만 명의 히로시마에서도 많이 보았다. 채식주의자 모임도 활발하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채식을 하는 일본인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유럽 출신 유학생들은 일본에서 살면서 체중이 줄었다고 했다. 우유가 많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 유럽에 비해 기름기가 없는 요리를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살아봤다. 어디서든 나는 유일한 채식주의자였다. 2005년 처음 보스니아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은 내가 고기를 먹지 않자 정말 걱정했다. 그들은 고기가 포함된 음식이 진짜 음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보스니아에서도 방법은 있었다. 바로 무슬림들의 라마단 음식이다. 몇 개월 지나 겨우 찾아 냈다. 라마단 기간에 먹는 콩으로 만든 음식들을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었고 걸쭉한 콩 수프도 괜찮았다.

하지만 외식 땐 어쩔 수가 없었다. 가장 대중적인 패스트푸드인 세바피(cevapi)는 빵 속에 양파와 고기를 섞어 넣은 것이다. 음식점의 메뉴도 고기가 주였다. 식당에서 빵만으로 배를 채울 때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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