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성당들 콘서트홀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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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1950년대 이후 잡초 속에 방치됐던 세인트 루크 성당을 개조해 2003년에 문을 연 런던 심포니 교육센터. 벽면에 가해지는 무게를 덜기 위해 기존의 지붕을 걷어내고 철제 빔을 새로 설치했다.

5월 11~1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무대에 서는 런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런던 서남부 슬론 스퀘어 근처의 캐도건 홀(900석)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창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전용홀이다. 캐도건 부동산이 사들여 2400만 파운드(약 480억원)를 들여 새 단장한 성당 건물이다. 1904년 준공한 후 96년에 문을 닫은 크리스천 사이언스 교회당이다.

런던은 일찍부터 음악회 문화가 발달한 곳이지만 이렇다할 만한 콘서트홀이 없다. 로열 페스티벌 홀(2900석.1951년)과 바비칸 홀(2000석.1982년)이 전부다. 더구나 7월부터는 로열 페스티벌 홀이 1년 6개월간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시작한다.

건물이 낡아 예배당으로 사용할 수 없는 런던 시내의 성당들이 콘서트홀로 탈바꿈하고 있다. 신도 수가 점점 줄어들어 건물 유지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화재 보호법 때문에 함부로 헐 수도 없다.

콘서트홀로 개조하면 장방형의 설계에다 발코니까지 곁들인 성당의 뛰어난 건축 음향도 활용하고 건물의 외양도 보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도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 주변 소음도 심하지 않다. 1000석 미만의 중극장 규모라 독주회에서 교향악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가능하다. 연습실.레코딩 스튜디오.교육센터로도 활용되며 성당 지하에는 레스토랑.바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뮤직홀(19세기 영국에서 식사를 하면서 음악회를 즐기던 공연물) 단체로 유명한'브릭 레인 뮤직홀'은 런던 실버타운의 세인트 마크 성당을 개조한 500석짜리 무대로 입주했다. 팬터마임.아동극까지 공연한다. 이동식 의자를 사용해 200명까지 수용하는 레스토랑으로도 변신한다. 결혼식이나 신제품 설명회, 출판 기념회에도 대관해 준다. 런던 심포니도 2003년에 허물어져 가는 세인트 루크 성당을 개조해 338석짜리 연습실 겸 레코딩 스튜디오, 교육센터로 문을 열었다.

이밖에도 네오 고딕 양식의 세인트 어거스틴 성당을 개조해 전시와 음악 이벤트를 여는'291 갤러리',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습으로 파괴된 후 문을 닫았다가 1969년 콘서트홀로 재단장한 세인트 존스 스미스 스퀘어 성당(780석), 감리교회당 겸 신학교 건물을 개조해 레코딩 스튜디오로 쓰고 있는 린드 허스트홀, 홀리 트리니티 성당을 개조해 런던 최고의 클래식 녹음 스튜디오로 떠오른 헨리 우드 홀 등이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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