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미뤄지는 금융 공기업 CEO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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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새 정부는 일괄 재신임을 통한 물갈이에 나섰지만 후임자 선임을 둘러싸고 파행이 벌어져 인사가 수개월간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기관들에선 인사나 영업전략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경영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은 지난달 20일부터 공모 절차를 시작해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사장 후보를 4배수로 추렸으나 금융위원회로부터 재공모 지시를 받았다.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지난 17일로 임기가 끝난 한이헌 이사장이 재공모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소 몇 주간은 계속 업무를 보기로 했다. 기보는 금융공기업 기관장 교체 작업이 공식화된 지난 4월 중순부터 사실상 경영 공백에 빠져 있다. 기보 노조는 “기관장 교체 때문에 당장 상반기 업무평가와 하반기 경영목표 설정, 7월 중순 정기인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은 다음달 17일 임기가 끝나는 김규복 이사장의 후임자를 공모해 현재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 등 3명으로 후보를 압축해 놓고 있다. 신보 노조는 “기보와 통합하는 문제,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는 한국개발펀드(KDF)와의 업무 충돌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신임 이사장 선임 작업이 조속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3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유재한 사장의 후임자를 공모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를 하는 바람에 3개월 넘도록 사장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초 양천식 행장이 재신임을 받지 못함에 따라 한 달간 후임자 공모 작업을 벌여 현재 3배수로 후보자를 추렸다. 이 가운데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임기가 끝난 수출입은행 이사 2명은 신임 행장이 올 때까지 계속 근무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지시에 따라 관련 인사를 못 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투자공사는 임기를 1년6개월가량 앞두고 지난달 사표를 제출한 홍석주 사장의 후임자를 공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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