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던 판교서 분양권 전매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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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판교 신도시에서 첫 분양권 전매가 나왔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는 주변 분당 신도시 아파트 시세의 70~90%에 분양됐다. 2006년 ‘로또’로 불리며 청약 열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분당 등 주변 집값이 하락하자 ‘대박’ 꿈을 버린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는 “2006년 분양된 판교 신도시 공동주택 당첨자 두 명이 분양권 전매를 요청해 왔다”며 “규정에 따라 이들이 낸 계약금·중도금에 그간의 시중금리(연 5%선)를 합친 금액으로 사들였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이 전매한 주택은 각각 145㎡ 아파트와 148㎡ 연립주택이다. 2005년 이후 분양된 서울·수도권 상한제 단지 4만8000여 가구 가운데 전매제한 기간 안에 전매가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주택공사에 따르면 판교 이외에서 전매된 상한제 주택은 없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질병·생업 등의 이유로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며 분양권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상한제 단지는 계약 후 5~10년간 팔지 못하지만 지방 이전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전매가 허용된다.

전문가들은 전매 물량이 나온 것을 두고 판교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당초 기대감이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지방으로 가더라도 훗날 가격이 급등해 큰 시세차익을 얻을 것 같으면 왜 전매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매제한이 풀리면 시세대로 팔 수 있다.

실제로 판교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된 인근 분당 신도시의 아파트 값은 지난해 이후 줄곧 약세였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6년 8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분당 아파트값 상승률은 5.5%로 시중금리보다 낮았다. 특히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가 위축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2006년 8월 11억~14억원에 거래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현대 155㎡는 현재 9억~1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2년 새 분당 중대형 아파트는 5000만~3억원 가량 내렸다.

서현동 스타공인 임광민 부장은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시세보다 5000만~1억원 싼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말 판교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분당 아파트 시세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판교 분양권 전매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입주하면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을 것 같고 세금 부담만 늘어 분양권 상태에서 전매해 은행 금리라도 챙기려는 당첨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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