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主事 하는 일 하고 장관 월급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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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행정자치부 국장이 직원 연찬회에서 "주사(主事)가 할 일을 장관이 결재하고 있다"며 관료조직의 경직성과 무능을 비판했다. 20년 이상 공무원 조직에 몸담아온 간부의 고언(苦言)이라는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행자부 국장은 "고시 출신 젊은이가 관료사회에 들어오면 너나 없이 정부미(관료)가 돼버리고 관료들은 일반미(민간인)보다 우수하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고시나 공개채용으로 일단 공무원사회에 발을 들여 놓으면 정년까지 자리를 보장해주니 자기계발에 힘을 쓸 필요가 없다. 특히 공무원이라는 자리는 국가의 법률집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인 듯 착각한다. 말로는 공복이니 어쩌니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러니 인.허가 사항을 포함해 자기 권한에 속한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손아귀에 틀어쥐려는 게 현실이다.

관료조직의 비효율성과 낮은 경쟁력은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중앙부처는 대형 국책사업이 반발에 부딪치면 자기들 구미에 맞춰 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방패 삼아 시간을 끈다. 새만금 특위가 대표적이다. 본부 내 보직을 못 받아 외부에서 맴도는 '인공위성'공무원은 수백명에 달한다. 힘센 경제부처에선 이런 사람들이 정원의 7~8%에 달할 때도 있다. 수뢰공무원에 대한 실형 선고율이 2002년 기준으로 전체 형사사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법원의 판결은 공무원에 대해 관대하다.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새 정권 때마다 시도되지만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하다. '철밥통'신분보장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하며, 생산성에 따라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옳다. 이제는 공직사회도 민간부문과의 수평적 경쟁과 협조를 통해 조직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주사가 할 사소한 일까지 장관이 결재할 정도로 한가하고 느슨한 조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공무원이 민간부문에 부담만 되는 존재로 언제까지 남아 있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