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야구 얘기는 꺼내기도 싫은’ 김재박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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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에 빠진 팀의 더그아웃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또 있을까. 게다가 두 팀 모두 연패 중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대구구장에서 24일 맞붙은 LG(7연패)와 삼성(5연패)이 그랬다. 한대화 삼성 수석 코치는 “우리도 문제지만 저쪽도 참 그렇겠군”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날씨를 화제에 올렸고, 김재박 LG 감독은 엉뚱하게 음료수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했다. 푸념밖에 되지 않을 야구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을 터다.

적어도 어느 한 팀은 연패를 끊을 수 있는 운명이었지만 두 팀 모두에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LG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LG는 2회 최동수가 삼성 선발 이상목으로부터 좌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에 불을 당겼다. 삼성은 0-2이던 4회 2번 김동현의 우월 2루타와 LG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의 폭투를 묶어 2-1로 추격했다.

LG엔 쫓아오는 삼성으로부터 도망갈 힘이 없었다. 삼성은 옥스프링이 8회 1사 2루에서 강판되자 힘을 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9회 선두 타자 박석민의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양준혁의 중전 적시타로 2-2 동점에 성공했다.

기세가 꺾인 LG 선수들은 계속 무너져 내렸다. LG 투수 정재복은 진갑용에게 안타, 김재걸에게 고의4구를 내줘 1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 선 신인 우동균보다 LG 선수들이 더 긴장하고 있었다.

우동균이 때린 타구는 내야 위로 뜬 평범한 공. LG 2루수 채종국이 주춤거리다 낙구 지점을 잃고 공을 떨어뜨렸다. 뒤쫓아 오던 LG 우익수 손인호도 바닥의 공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발 느린 삼성 3루 주자 양준혁이 유유히 홈을 밟았다.

삼성은 LG 스스로 무너진 경기를 마음껏 즐겼다. 최하위 LG는 8연패에 빠지며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잠실에서는 우리가 두산전 5연패에서 탈출했다. 우리는 3-1로 앞선 7회 2사 2루에서 전준호의 오른쪽 2루타, 정성훈의 우중월 3루타로 2점을 보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듯했다.

우리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일본 최다 세이브(286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다카쓰 신고가 첫선을 보였다. 다카쓰는 주무기인 싱커를 던지다 8회 선두 타자 이성열에게 안타를 맞았고, 투구 동작이 크고 느린 탓에 2·3루 도루를 거푸 허용하는 약점을 보였다. 그의 국내 첫 경기 성적은 1이닝 1피안타·1실점. 다카쓰가 마운드를 떠나자 우리는 9회에만 투수 4명을 쏟아 붓는 총력전 끝에 5-4로 어렵게 이겼다.

대구=김성원 기자,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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