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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강줄기 따라 걸으며 방방곡곡 문화 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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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요즘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江)들을 천혜의 박물관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 주변마다 그 지역의 삶과 놀이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조성하는 겁니다.”

‘방외지사(方外之士: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또는 ‘강호(江湖)의 낭인’으로 통하는 신정일(55·사진)씨. 신씨는 전국을 걸어다니는 걸 업(業)으로 삼고 있다. 산도 400여 곳 올랐고 전국의 땅을 고루 답사했다. 하지만 강줄기를 따라 걷는 걸 가장 즐긴다. 일주일에 나흘은 걷고, 사흘은 집필실에 박혀 지낸다고 한다

그는 지리와 역사·문화·철학에 일가견을 가진 문화사학자다. 1990년쯤 시인 김지하씨에게서 “동학과 세상을 더 치열하게 공부해보라”라는 조언을 듣고 책을 6000여 권 읽었다. 그 내공을 바탕으로 ‘다시 쓰는 택리지’(전5권)와 ‘한강역사문화탐사’ 등 40권 이상의 책을 내놓았다. 명리학자 조용헌(강호 동양학 연구소장)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방외지사’로 신씨를 꼽고 “이상을 향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실천가”라고 평한 바 있다.

“강 길을 함께 걸으며 강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고 있어요. 문화 해설사는 있지만, 강 해설사는 없잖아요. 강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강물을 따라 걸으며 각자의 시선과 감수성으로 강을 바라봐야 합니다.”

신씨는 자신을 ‘동학과 걷기,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는 촌놈’이라고 했다. 그는 1985년 전북 전주에서 향토현문화연구소를 열었다. 이후 우리 강산을 두 발로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동학을 연구하고 지역문화를 발굴해왔다. 2005년엔 ‘우리 땅 걷기’ 모임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강줄기 따라 걷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산은 예부터 유람하는 공간으로 각광받았지만 강은 예나 지금이나 삶 그 자체에 더 가깝기 때문이죠. 제가 초등학교만 나온 가난한 문학도 출신이고, 고향이 섬진강 자락이어서 강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섬진강 물이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번쯤 꼭 따라 가보고 싶었거든요. 한국의 모든 강을 걸어보았으니 여한이 없네요. 앞으로는 다음 세대들이 강을 꿈꾸고 걷고 지킬 수 있게 하는 사업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는 “중앙일보 워크홀릭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사람들에게 걷기의 행복을 독려하고 그 안에서 엿볼 수 있는 삶과 역사·철학을 발굴해 주는 것은 인문학이 죽어가고 진정한 건강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 치고 건강 나쁜 사람 없습니다. 전 답사 길에 오르면 어떤 때에는 하루 평균 40km를 걷습니다. 험한 길에선 보부상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잘 걷기 위해 술 담배를 않고 밤참을 먹지 않습니다.”

9월 중국 단둥의 압록강 걷기 행사를 준비 중인 신씨는 “지난해부터 워크홀릭과 함께한 압록강 걷기가 한·중 두 나라 국민에게 뜻깊은 행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옛 지명을 추적하는 작업과 북한의 6대 강을 걷는 작업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설은영 객원기자

동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가정의학회, 부산·전남·광주·울산교육청, 세계사회체육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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