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발표 조성경위등 미진-全씨 수사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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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 이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도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 수수 사실이 12일 검찰수사결과 확인됐다.과거 정권의 부도덕성,특히 타락한 정경유착의 실상에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이 배가되고 있다.결과만을 놓고 볼때 全 .盧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조성 전반을 파헤침으로써 금융실명제 이후 끊임없이 나돌았던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의혹을 일소하고 권력형 부정축재의 온상을 도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7일 수사에 착수한 후 불과 한달여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5공비자금의 실체를 규명,다른 어느 사건때보다도 밀도있는 수사를 전개해왔다고 강조했다.
기업체 대표 42명등 기업관련인사 160명,이원조(李源祚)전의원등 全씨의 측근과 친인척및 금융기관 관계자등 270명을 조사했으며 183개의 시중금융기관 계좌와 550장의 채권증서등을대상으로 광범위한 자금추적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수사상 문제점과 과제를 남겨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12.12와 5.18에 대해 재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느닷없이 全씨의 부정축재부분에 대해 칼을 들이댄 것이 全씨에 대한 전격구속 모양새에 대한 일부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해 全씨의파렴치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성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관계자는 『盧씨 비자금사건을 수사하면서 全씨의 부정축재혐의가 드러났고 이에따라 기소유예와 불기소처분된 12.12및 5.18을 재개하기 위해 수사착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12.12및 5.18재수사는 특별법제정등 정부 의 방침에 따라 시작된 점에 비추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둘째,全씨는 재임기간중 기업인들로부터 7,00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음에도 이중 3분의1에도 못미치는 2,159억5,000만원만 구체적인 조성경위를 밝혀낸 채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도 수사미진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구체적인 조성경위가 뒷받침되지 않음에 따라 기업체 규모순으로뇌물액수를 짜맞춘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또 검찰수사발표대로 全씨의 큰 씀씀이로 미뤄볼때 조성액이 과연 7,000억원뿐이냐는 의구심도 남는다.
全씨 비자금의 사용처와 남은 액수에 대해서는 거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全씨가 88년2월 퇴임때까지 7,000억원중 5,400억원을 친인척관리기금과 정당창당기금등으로 사용하고 1,600억원을 남겼다고 진술했음에도 구체적인 사용처와 잔액보유현황에 대해서는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이밖에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등으로 全씨에게 돈을 준 기업인들에 대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호텔수사를 고집하고,압수수색영장에 全씨 비자금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 가족의 계좌를 포함시키는등 수사방법에 있어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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