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얼짱, 좋은 추억보다 씁쓸한 경험 더 많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얼짱 가운데서도 서울대 얼짱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여느 얼짱보다도 훨씬 인터넷과 방송가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미모뿐 아니라 학벌을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이른바 ‘서울대 3대 얼짱’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지주연(25·사진)씨와 임선희(23·외교학과)씨, 최보윤(23·약학과)씨다. 이 중 지주연씨는 입학 초 서울대 얼짱이라는 별명을 얻고 재학중에도 학교 모델과 잡지 모델 같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외모 못지않은 재능이나 실력을 갖췄겠지만, 외모로 더 주목받는 심정은 어떨까. 21일 지씨를 만나 물었다. 서울대 얼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좀 차가운 인상이다.

“편견이다. 서울대 얼짱이라는 별명을 얻고부터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심지어 도도하다, 밥맛없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원해서 그런 별명 얻은 것도 아닌데, 그런 냉소적인 반응을 접하면 좀 당혹스럽다.”

-서울대 얼짱이라는 별명은 언제 얻었나?

“입학 직후 학교 안에서 그런 소문이 퍼졌던가 보다. 나로서는 좀 의아했다.”

-그 별명은 영광스러운가, 아니면 부담스러운가?

“좀 외롭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학교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자주 쳐다본다. 그러나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없다. 그 별명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부담스럽게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약간 우쭐해진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늘 다잡아 주셨다. ‘꼴값 떨지 말라’고(웃음).”  

(서울대 곽금주(심리학과) 교수는 서울대 얼짱이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 “머리가 좋으면 외모가 별로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인물인 만큼 사회적으로 회자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모라는 기준에서 서울대 얼짱은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닐까. 곽 교수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 다른 집단에서는 평범할 수도 있는 수준인데 서울대라는 이미지 덕에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짱에 관한 정보가 주로 미니 홈피를 통해 유출되던데.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문제가 많아 폐쇄했다.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스토킹을 하고.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노출해야 하는지 회의가 생겼다.”

-연예인이 될 건가?

“제의는 많았다. 호기심이 발동해 부모님 몰래 오디션 간 적도 있다. 얼굴 고쳐야 된다는 말에, 내 길이 아니다 싶었다. 아르바이트로 모델 활동은 좀 했다. 서울대 홍보 모델도. 대학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예쁘면 많은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라고 느끼나?

“그렇지 않다. 외모로 해결되는 것은 별로 없다. 특히 서울대 얼짱이란 별명을 얻은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욕먹는다. 물론 자기 관리라는 면에서 외모를 가꾸는 것도 실력의 일종이다. 예뻐지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하니까. 꼭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인이 돼서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 예쁜 여자는 멍청하다든가 얼굴로 성공한다는 식의 뿌리 깊은 편견을.”

지씨를 비롯한 ‘서울대 얼짱’들은 모두 방송계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이미 한 방송 진행자로 나선 임씨는 아나운서 지망생이고, 지씨는 방송기자직을 준비중이다. 최씨의 경우는 한 기획사에 소속돼 연기자 수업을 받는 중이다. 셋 다 1, 2학년 때 인터넷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학교 홍보 모델이나 잡지 모델 경험을 쌓았다.

이여영·이현택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