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수적 우세'확보한 선경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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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농구는 숫자놀음이다.5명이 코트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같아도코트 곳곳에서 치열한 숫자의 국지전이 벌어진다.
이 숫자놀이는 승리한 팀에는 즐거운 카드놀이와 같지만 패한 팀에는 불가해한 방정식과도 같다.
2대2 공격전술의 꽃인 「픽 앤드 롤」이 바로 대표적인 예.
자신의 마크맨을 동료의 스크린에 걸어놓고 순간적으로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 슛찬스를 노리는 부분전술이다.
허재를 보유한 기아자동차는 4명을 베이스라인에 배치시켜 맨투맨을 구사하는 상대 선수들을 몰아놓고 허재에게 1대1 공격을 시키는 「원-포」포메이션을 자주 쓴다.
장거리슛이 뛰어난 서울은행은 상대수비를 코트 좌우로 몰고 수비밀도가 희박한 반대편에서 찬스를 엿보는 「컨버션(전환)」전술을 멋지게 구사,전반을 32-30으로 앞서는 성공을 거뒀다.
그런 서울은행의 기세를 꺾은 것은 선경의 속공이었다.리바운드가 강한 선경은 발빠른 가드 김지윤에 의한 단독속공으로 승부를갈랐다. 센터 정선민이나 유영주의 리바운드를 신속하게 전진패스,총알같이 상대 코트로 넘어서는 김지윤에게 연결함으로써 서울은행의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득점을 올린 속공이 전반 3개,후반4개나 성공했다.
속공상황에서는 공격팀의 숫자가 우세하거나 적어도 수비팀의 숫자를 희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선경은 수비에서도 국지전에서의 수적 우세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45-42로 쫓긴 상황에서 매치업(맨투맨과 지역방어의 복합형태)을 펼쳤는데 볼을 가진 상대를 밀착 마크하고 나머지 선수는 다소 처진 거리에서 견제만 함으로써 서울은행의 전환패스를 신속히 추격,상대팀의 수적 우세를 더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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