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특허 한·일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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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형 벽걸이 TV에 쓰이는 PDP(벽걸이TV용 액정화면) 관련 특허를 놓고 한.일 업체들이 소송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후지쓰(富士通)가 PDP 기본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SDI를 미국과 일본 법원에 제소했다고 7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후지쓰는 도쿄(東京)지방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에 삼성SDI 제품의 수입.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후지쓰는 소장에서 "삼성SDI가 PDP의 밝기(휘도)를 높이고 수명을 길게 하는 발광 구조 등 특허 10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삼성SDI의 PDP 기술은 후지쓰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특허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SDI 측은 이번 후지쓰의 소송이 삼성SDI가 지난 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무효소송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당시 후지쓰의 특허권 9개에 대해 무효소송을 내면서 "이들 기술은 30여년간 미국 기업들이 연구개발해 온 것이기 때문에 후지쓰의 원천 특허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 간의 소송 사태를 PDP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일 업계 간의 신경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본보다 5~6년 늦게 시작한 한국의 PDP 산업이 불과 2년 만에 일본업계를 위협하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업계가 맞소송을 통해 한국업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2002년 처음으로 PDP 제품을 양산한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높여왔다. 반면 FHP(후지쓰와 히타치의 합작사)등 일본 업체들은 2001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의 97%를 장악했으나 점차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올해는 한국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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