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경제] EU에 동유럽 가입…우리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초등학교 6학년인 박철민(12.서울 성동구 행당동)군의 아버지는 무역업을 합니다. 박군의 아버지는 요즘 굉장히 바쁩니다. 중유럽과 동유럽 여러 국가에 출장가는 일이 부쩍 늘어서입니다. 아버지는 "5월에 새로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나라들이 10개국이나 된다"며 "장사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유럽연합에 10개국이 새로 가입하면 박군의 아버지같이 무역일을 하는 분에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나아가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요.

유럽연합은 '유러피언 유니언'(European Union)을 말합니다. 영어 이름의 앞글자만을 따 EU라고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각국은 유럽 대륙의 평화 유지와 공동 발전을 위해 나라는 여러 개지만 마치 한 나라처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EU입니다.

그동안 EU의 회원국들은 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독일.프랑스.핀란드.그리스.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네덜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영국 등 15개 나라였어요. 이들 나라는 정치.외교.국방 등은 독자적으로 하지만 경제적으론 한 나라나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보통 한 나라가 다른 나라 물건을 수입하면 세관을 통과할 때 관세를 매기죠. 하지만 이 나라들은 자기들끼리 거래되는 상품은 자기 나라에서 만드는 것으로 간주하고, 수입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습니다. 또 이들 국가는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서 수입한 물건에 대해선 똑같은 관세를 매깁니다. EU 국가들이 한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들 국가는 EU 내에서 자유롭게 공장을 짓거나 투자할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이 공장을 경기도에 짓든 경상도에 짓든 아무 문제가 없듯이, 독일에 있는 회사가 스페인에 투자할 때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이 EU에 5월 1일부터 중유럽.동유럽에 있는 10개 나라가 새로 가입하게 됩니다. 폴란드.헝가리.체코.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몰타.키프로스 등이에요.

이번에 가입하는 나라 중 상당수는 그동안 소련의 영향권에 있다가 소련이 무너지고 난 뒤 독립했어요. 공산주의 체제 하에 있다가 안정적인 시장경제 체제를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제 발전 정도도 더디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도 기존 EU에 속해 있던 국가들보다 싼 편이에요. 예를 들면 체코 공장 직원의 인건비는 독일 직원의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가 EU에 가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이들 국가와 현재의 EU 국가 사이에 오가는 물건의 통관 절차가 간단해지고 관세도 물지 않겠지요. 그러다 보니 EU에 속하지 않은 나라 입장에선 이제 공장을 서유럽이나 동유럽 어디에 짓더라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이왕이면 중유럽이나 동유럽에 공장을 세우거나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서유럽에 비해 인건비가 훨씬 싸니까요. 쉽게 설명하면 유럽보다 월급을 적게 주면서도 서유럽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기아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현대모비스가 슬로바키아에 자동차 공장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삼성전자도 슬로바키아에 있는 공장의 규모와 직원을 늘린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유럽.일본.미국의 유명 회사들도 동유럽에 지은 공장의 규모를 잇따라 늘리고 있어요.

EU에 신규 가입하는 국가들도 이익이 많아요. 다른 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니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높아집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넉넉해지면 당연히 새로운 물건을 많이 사고 싶어 할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냉장고.컴퓨터.카메라.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들을 많이 수출할 수 있게 돼 좋아져요. 게다가 우리나라가 이들 10개국에 직접 수출할 때 그동안은 국가별로 그 나라가 정한 각기 다른 관세를 내야 했는데 5월 1일부터는 EU가 정한 관세(평균 3.6%)만 내면 돼 관세가 내리는 효과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조심해야 할 점도 많아집니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에 공산품을 수출할 때는 그동안 무관세였는데 5월부터는 EU 수준의 관세를 내야 해요.리투아니아에 기계류와 전기 전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이전엔 관세가 없었는데 같은 수준의 관세를 물게 됩니다.

게다가 서유럽에 전자.기계 제품, 의료.조명기기 같은 공산품을 수출할 때는 우리나라의 KS마크와 비슷한 'CE마크'를 꼭 따야 하는데, 이제 신규 가입 국가 10개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또 공장을 지을 때 환경 규제도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안에 EU 수준으로 엄격해지기 때문에 유해한 배기가스나 폐수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어야 합니다.

더불어 기존에 서유럽에 수출했던 것을 이들 10개국에 빼앗길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