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민물고기 특별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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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호납줄갱이」는 길이가 불과 5.5㎝를 넘지 않는 조그맣고귀여운 민물고기의 학명(學名)이다.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던 이 민물고기는 한일합방 이후인 191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됐다.미국의 어류학자인 조던박사와 메 츠박사가 수원 서호(西湖)에서 한마리를 채집,신종으로 판단하고 상세한 기록을 곁들여 학계에 등록한 것이다.그때 잡은 「서호납줄갱이」는아직도 스탠퍼드대 박물관에 표본번호 4566호로 보관돼 있다.
그후 1925년에도 일본의 모리(森)박사가 2마리를 채집해 경성대 예과 표본실에 보관했으나 화재로 소실됐다.서호가 말라 붙으면서 이 귀중한 학술자원이 멸종된 것은 물론이며 오직 스탠퍼드대의 표본만이 한때의 존재를 입증하고 있을 따 름이다.
종어(宗魚)도 멸종된 민물고기 가운데 하나다.길이가 1도 넘는 이 대형 물고기는 맛이 모든 물고기중 으뜸이라 해서 종어라불렸으며,백제(百濟)시대에는 부여 백마강에서 잡은 종어를 왕에게 진상했다고 전한다.이 민물고기가 멸종된 것도 최근 20~30년 사이의 일이다.
반면 지난 20여년간 학계에 새로 보고된 신종(新種)도 10여종에 이른다.75년 신종 제1호로 발표된 「참종개」를 비롯,모두가 원로 최기철(崔基哲)박사 등 중진.중견 어류학자들의 집념과 노력의 결실들이다.하지만 신종 발굴에 아무리 열을 올린다해도 기존 어류의 멸종이 계속되는한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어류학자들은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10여종의 민물고기들이 멸종 위기라고 걱정한다.휴전선 이남에 서식하는 최소한 145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평생토록 민물에서만 사는 담수어(淡水魚)는 90여종이며 그 절반 가량이 우리나라 특산 종인데,주로 특산종이 멸종 위기라는 것이다.
때마침 환경부는 자연개발과 남획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열목어.어름치.황복.버들치 등 희귀 민물고기 13종을 특별보호 어류로 지정해 무분별한 포획과 유통을 금지키로 했다고 전한다.
대개가 독특한 맛으로 유명한데 사람들은 맛있게 먹을줄만 알지그 생태(生態)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그 맛을 영영 잃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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