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기자간담회 "뉴 민주당 건설할 것"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6일 광주를 방문,민주당 회의실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새로운 민주당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예정시간 다소 늦은 오전 11시 45분에 시작된 기자 회견장에 추 위원장은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전날 강행한 삼보일배 때문이었다.

<다음은 기자 회견 전문>

▶추 위원장

-이제부터 새로운 각오를 말하겠다.

어제 민주 영령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가장 힘든때 힘을 주십사 하고 힘을 얻으러 간 것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민주의 혼이 담긴 민주당을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 살려달라 매달리러 갔다. 저뿐 아니라 어제 모였던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매달리러 갔다.

이제부터 민주당의 때묻고 낡은 모습을 다 버리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소원을 세웠다. 앞으로 진정으로 이땅에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민주의 혼을 다시 불살라서, 이땅에 영원히 민주의 지킴이 노릇을 하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나날이 우리를 쇄신해 나가면서 선진 한국의 주춧돌을 세우겠다는 소원을 세웠다. 뉴 민주당을 건설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민주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민주화 영령이 버리시면 어떻게 하나 두려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새민주당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 하나씩 말하겠다. 많이 도와 주시고 격려 바란다.

▶이번 일정이 민주당을 다시 살리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웃음) 정말 솔직하게는 이런 말씀 드려도 듣는 분들이 섭섭할지 모르나 "살아있는 분들 가운데는 저를 도와줄 분들이 없구나"하고 지난 몇 달간 생각했다.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다.

선대위장을 공식적으로 수락한 것도 아니었다. 보좌관이 "민주당 후보 등록이 겨우 서른 두명밖에 안했다"고 오후 두시에 보고 했다. 당시 "선거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록도 못해보고 몇달 동안 선거 준비하다가 포기하는 정치 신인들에게 무책임하다"는 말을 들었다.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등록할 수 있게 하라"고 메세지를 줬더니 보좌관이 "선대위 복귀하는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말했다.이게 선대위장 수락이 됐다.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살아있는 자들은 나를 도와 줄수 없고 돌아가신 영령들께 구원해이라도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제주도까지 갔다.그리고 광주에 가서 삼보일배 하면서 정말 죽은 자의 혼이라도 좋으니 민주의 혼을 다시 살려주십사 하고 빌고 싶었다.그래서 준비 없이 도청 앞에 일배 일배하다가 첫날 서너시간 준비없이 하다가 무릎 관절에 심각한 손상이 왔다. 이렇게 해서 제주에서 광주로 온 것이다. 전주는 새로운 각오로 뉴 민주당을 건설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살아있는 사람은 도와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는데 삼보일배 시작할 때 광주 시민 반응과 그 분들의 반응을 어떻게 이해하나.

-저도 사람이다.오기도 있고 자존심도 있다.제가 가고자 하는 개혁을 지향하면서 가는데 "왜 내가 이렇게 땅바닥에 엎드리면서 해야되냐"하는 서러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내뱉는 말들이 송곳으로 내리꽃혔다.

"이제와서 쇼 하냐, 진작 잘하지, 추 너마저도 그러냐." 그런 소리 들었다. 나중에는 육체적 고통 심해지면서 아무 말도 안들렸다. 제 마음만 오락가락 했다.

나중에는 "살아있는 자 중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했던 생각이 교만이구나 하고 깨달았다.길가에 서 있는 분들중에 어떤 택시기사 한분이 제 손이 (바닥에)까질까 봐 자기 장갑을 건네줬다.감동했다. 간간히 그렇게 소리없이 용기주는 분들이 있었다.

제가 그 분들과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마주치면 제가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허물어질 것 같아서..(눈물). 살아있는 자 중에 저를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은 참으로 교만했다고 느꼈다.

길가 인도 하나 하나 짚어갈 때 "이 길이 광주 영령들이 흘린 핏자국이 배여 있고 묻어 있는 곳이고, 그 혼을 담아낸 것이 민주당이니 이제 부서진 것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시 맞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 힘을 주려고 소리없이 응원해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2박3일간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이 있는데 향후 계획은.

-저 자신이 사실 이미지 정치를 거부해온 사람인다.혹 그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정치인으로서 자존심이 있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민주당은 아직도 분열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한걸음 떼려고 하면 그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민주화세력이 진정으로 개혁을 얘기하면 다른 핑계를 가져와서 분열시키고 또 분열시키고… . 민주당이 집권하고서도 끝내 분열하는 비운이 초래됐다.

이 분열 상태로는 남북이 화해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없다.끝내 포기치 않는 우리들 책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평화통일에 대한 것이다.그렇게 한걸음,한걸음,우리들 원래 모습인 정통성과 정체성을 회복해서 평화통일에 대한 힘을 다시 회복하고자 한다.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간헐적으로 분당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그리고 이번 선거기간중 DJ 만나나.

-애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분당시킬때 제가 노 대통령 선거운동을 가장 열심히 했던 사람중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말했다.

김대중 정부 5년동안 소수정당으로 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이제 또 다시 민주화 세력을 분열시키면 개혁 정말 하기 힘들 것이라고 얘기 했다. 결국 민주당은 분당했고 민주화, 개혁세력이 쪼개졌다. 민주화세력 일부가 열우당에 갔지만 결국은 노사모 중심의 노무현당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제 2의 민주화세력 분열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한다. 계속 민주 개혁세력이 분열, 또 분열하면 평화통일에 대한 지렛대 역활을 할 수 없고 민족통일의 힘이 점점 소진돼서 평화통일이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가 찾아뵙지 않더라도 멀리서 힘과 용기를 주실 거라 생각한다. 구태여 찾아뵙지 않겠다.

▶삼보일배 끝난 후 탄핵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 현재 상태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은.

-제가 삼보일배 하던 첫날은 저의 오기와의 싸움이었다. 그 오기중에는 자존심, 동지들에 대한 원망이 교차했다. "제가 그렇게 말리고 말렸는데 왜 탄핵 발의 했나, 왜 그때 내말은 안들어줬나"하는 원망이었다.온갖 번민이 교차하는 첫날밤 이었다.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그 원망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왜 분열시키고 이렇게 감정을 끝까지 가게 했나,정말 매달리는 심정으로 사과 한번 해줬으면, 그 분의 대단한 오기를 보여주지 말고 정말 민주당도 잘하고 노무현당도 잘하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원망이 교차했다.

삼보일배 한 제가 이 자리에서 탄핵의 옳고 그름을 얘기하지 않겠다. 이미 헌재에서 쌍방이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 채택하고 변론 기회를 갖고 있다. 냉정하게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모두를 위해 현명하고 좋다고 생각한다.총선 앞둔 국민들 위해서도 냉정해지는 게 좋겠다.

거리에 5.18 희생자들의 피가 배여있는 그곳을 지나가면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왜 우리가 지켜낸 민주화 혼이 담긴 민주당이 군화발 세력과 손을 잡았냐"는 말이다.그 부분에 대해 짧게(한나라-민주당 공조) 사과드린다.

지역주의에 무참하게 희생된 광주가, 광주의 참뜻이 온국민에게 이해받게 되도록,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게 더욱 노력하겠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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