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남아 영향력 美 못 따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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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동남아에서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추월할 수 없다."

마키타 구니히코(田邦彦.60) 싱가포르 주재 일본대사의 단언이다. 마키타 대사는 35년간 중국.홍콩.인도네시아.유엔본부 등지에서 근무했다. 본부 아태국장을 지냈고, 중국어도 유창하다. 차기 중국대사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그를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중국은 '뉴 플레이어'일 뿐이다. 오랜 세월 동남아를 좌우해온 미국을 밀어내기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앞으로 적어도 수십년간은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도 중국의 출현은 분명 변수다. 일본의 힘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 앞으로 동남아를 무대로 한 미국.중국.일본 3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은데.

"3국은 윈-윈-윈 게임을 펼쳐야 한다. 상대방을 배제하거나 견제하는 제로섬 게임을 해선 곤란하다."

-동남아에서 일본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동남아에서 중국이 팽창해도 일본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무역.투자.경제원조 등 각 분야에서 지난 10년간 일본이 얼마나 동남아에 기여해 왔는지 살펴보라.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가장 많이 도운 국가는 일본이었다."

-아시아 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10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과 집단으로 FTA를 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 접근이다. 아시아 각국의 인구.종교.문화와 경제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집단으로 FTA를 체결하겠는가."

마키타 대사의 말에서는 중.일 양국이 각기 다른 '동남아 접근법'을 앞세워 벌이는 치열한 세(勢)싸움의 냄새가 풍겼다.

싱가포르=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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