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젊은이들 "중국 주식 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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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의 대형서점인 준쿠도가 전면에 전시한 중국 비즈니스 전문서가 앞에서 독자들이 중국 관련 책을 읽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지난 3일 토요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의 플라자호텔에선 도요(東洋)증권이 마련한 '중국주(株)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오전 10시 4층 설명회장의 문이 열리자 2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나같이 종종걸음이다. 이들은 요즘 일본 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중국주족(族)'이다.

"중국의 비즈니스가 늘면 종이 수요가 덩달아 커질 것 같은데…. 제지주에 투자해도 될까요?"

"중국은 요즘 자고 나면 고층건물인데, 역시 건설주나 전력주가 최고 아닌가요?"

설명회장은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채웠고 머리를 물들인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백발에 정장'이 다수인 일반 주식설명회장과는 달랐다.

벤처회사 직원인 사이토 마나미(齋藤眞奈美.26)는 "지난 연말 친구들과 상하이(上海)에 놀러 갔다 깜짝 놀랐다. 엄청난 변모에 충격을 받았다. 당장 중국주에 투자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증권회사도 생겨났다. 중국 주식만 다루는 유나이티드월드증권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온라인 거래를 트고 있거나, 중국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젊은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6000개에 불과했던 거래계좌가 요즘엔 1만8000계좌로 뛰었다"고 전했다. 투자자 연령분포를 보면 30대, 20대가 각각 42%, 24%로 가장 많고 '전통적 투자층'인 50대와 60대는 11%, 3%에 머물렀다.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과는 딴판이다.

일반 증권사도 중국관련 부서를 증설하는 추세다. 대형 금융사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애셋은 최근 중국주와 중국투자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지난 2일 오후 긴자(銀座) 한복판에 있는 외국어 학원 '노바(NOVA)'앞에는 긴 행렬이 생겼다. 5일 시작하는 4월의 중국어 강좌 등록을 위한 줄이다. 노바의 홍보담당인 구라베 요시노리(倉邊喜之)는 "영어는 필수다. 학생과 직장인들이 중국어를 '플러스 알파'로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바의 전국 분원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중국어 수강자가 두배로 늘었다. 출판업계의 희망도 중국 서적이다. 도쿄 우치사이와이초(內幸町)의 '준쿠도'서점. 정면 서가엔 중국관련 서적 일색이다. '중국주로 대박 터뜨리기' '위안화 짚어보기' '이 책을 읽어야 중국에서 성공한다' 등 중국관련 서적 10여권 앞에는 손님들이 늘 북적댄다. 이마큐 레이(今給黎) 점장대리는 "중국관련 책이 워낙 인기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은 앞에 나올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긴자 교분칸(敎文館) 등 대다수 대형 서점들은 최근 아예 '별도의 중국 코너'를 널찍하게 마련했다.

그러나 중국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일본 측의 '지극한 중국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혐일(嫌日)'이 대세다. 특히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 이후 '일본 때리기'가 기승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한창이다. '9.18 애국 사이트'는 일본 전자제품명을 모두 소개한 뒤 삼성.LG 등의 제품을 '대체 구입상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쿄.베이징=김현기.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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